[포럼]치매,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김동선 조인케어연구소장

[아시아경제]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 제도는 노인수발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어 지자는 취지에 일정 부분 부합해왔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불만도 적지 않다. 요양보호사와 노인고객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존폐위기에 처한 소규모 재가요양센터들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보다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낮다. 기저귀 갈고, 식사 보조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은 유명무실하다. 요양보호사교육원에 가면 시험에 대비한 족집게 수업 일색이다. 생계형 일자리로 인식돼 요양보호사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없으며 조금이라도 편한 자리를 찾아 옮겨 다닌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가사 도우미 정도로 여겨 요양보호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요양보호사에게 무슨 전문성이 필요하냐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개호(介護)보호사들의 스터디모임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몸집이 큰 와상노인을 옮길 때의 동작, 치매노인의 불안증에 대한 대처방법에 대해 사례발표를 하고 인체모형을 놓고 연구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모임 좌장의 말. "우리가 하는 일은 인간성을 전제로 한 일입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받습니다." 결국 요양보호사에게 심어주어야 할 전문성은 노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깊은 인간애인 것이다.요양서비스 산업이 시작된 초기부터 정부 주도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지배적이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자조적 노력이 싹을 틔우지 못한 것도 문제다. 교육도, 프로그램 개발도, 인력양성도 모두 정부가 한다. 사업자들의 관심사는 시도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제도, 법, 고시지침의 변화이다. 재가요양센터에서 노인고객 한 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장기요양제공기록지, 상담일지, 프로그램운영일지 등 서류만 한더미다. 전수검사ㆍ평가를 받으려면 서비스는 뒷전이고 서류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요양서비스는 공익적 성격도 강하지만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서비스 자체가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외국의 경우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노년공학(Gerontechnology)'이 등장하고 노화 연구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도 한다.우리나라가 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한 2008년 당시 고령화율은 10%에도 못 미쳤다. 장기요양보험제도의 모델이 됐던 일본의 개호보험이 2001년에 도입될 당시 일본의 고령화율은 18%였다. 그 동안 일본에서는 개호의 어려움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자원봉사단체,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공부모임 등 다양한 자조 노력이 풀뿌리처럼 자라났었다. 이러한 민간에서의 노력덕분에 개호인력의 질이 높아졌고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우리에게 생략된 것은 민간의 참여인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치매전문요양원을 방문했다. '치매국가책임제'라는 말은 든든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국가가 모든 것을 하겠다는 발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치매는 이해하기 힘든 질병이다. 질병의 원인만 해도 알츠하이머를 비롯 60여가지가 넘으며 증상도 도벽, 폭행, 농변, 식사장애 등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르다. 증세를 완화할 수 있지만 치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술이나 약물로 다루어질 부분보다 프로그램이나 일상생활에서의 보조 등 생활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이러한 일들을 국가 주도로 중앙집권적으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현장에는 노인과 10년 가까이 접하며 다양한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을 활용해 좋은 인력풀을 만들고 치매를 삶의 일부분으로 껴안을 수 있는 따뜻한 인간애를 확산시키는 일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김동선 조인케어연구소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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