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경기회복' 단서로…새 정부 경제정책 마련에 적극적 역할 당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1별관에서 열린 67주년 창립기념회 장소에 입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조정'을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달 금리인상을 앞두고 나온 발언인데다 부동산시장 과열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어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이 총재는 12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1별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경기회복세 지속 등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경기회복'을 단서로 붙였지만, 이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정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작년 6월 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동결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수출, 건설투자 호조에 힘입어 예상을 웃도는 1.1%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연간 성장률 3%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점증하는 상황이다. 한은은 1분기 성장세를 고려해 오는 7월 경제전망에서 현재 2.6%인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내수만 개선세를 보인다면 이 총재의 '뚜렷한 경기회복'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셈이다.이 총재는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당분간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조정'을 시사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등 금융안정 관련 주요사항에 유의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한은이 금리인상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현재 여러 가지 경제여건을 고려했을 때 현재 금리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는 13∼1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향후에도 연내 1∼2회 추가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충분히'라는 표현은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인상 시기를 저울질 해야 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이 총재는 새 정부의 정책 마련에 한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이 경제 발전을 보다 잘 이끌 수 있도록 우리의 조사ㆍ연구 역량을 활용해 실효성과 현실적합성이 높은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 안정과 대외건전성 유지, 지급결제 인프라ㆍ서비스 확충 등에 대해서도 노력을 당부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의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련 통계 오류와 성희롱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전문성과 도덕성, 사회적 책임도 언급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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