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맞은 패션업계 "옷이 안팔린다"알짜 브랜드 내다 팔고 사업부 구조조정도"미래가 불안해서…" 지갑 꽉 닫은 가계'새정부 효과' 올 하반기 소비 훈풍 전망
패션 및 쇼핑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타일렛'이 지난달 29일 영업을 종료했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패션업계가 다이어트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불황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수년째 지갑을 꽉 닫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브랜드들을 접거나, 불필요한 사업부를 정리하며 불황을 견디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F는 올해 1분기 온라인몰 스타일렛과 아이이에이치를 청산했다. 두 업체는 LF가 2015년 인수한 온라인쇼핑몰 운영사 트라이씨클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수익성이 나지 않자 인수 2년 만에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이외에도 아웃도어 브랜드 전문몰 아웃도어스는 최근 트라이씨클 아웃렛 쇼핑몰 하프클럽의 한 카테고리로 개편됐다. 트라이씨클은 스타일렛 운영 종료에 대해 "스타일렛은 20~30대 고객층을 위한 서비스였던 터라 주요 타깃층인 중장년층에 어필되지 못했다"며 "수익성이 나지 않아 조직개편 중 인력이 부족해 정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트라이씨클의 지난해 매출은 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비 27% 감소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영업손실 폭도 전년수준보다 36억원 확대된 86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의 티니위니 /사진제공=이랜드
이랜드그룹은 알짜 브랜드를 연이어 매각하며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 내년 초 상장한다는 목표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이달 진행키로 한 상장계획이 유동성 등의 문제로 차질을 빚자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현금 확보를 위해 지분, 사업부부터 정리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분 69%(6000억원 규모)를 사모펀드 운용사 컨소시엄(PEF)에 매각하고, 생활용품전문점 모던하우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넘긴다. 앞서 매각한 브랜드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 두개 브랜드의 매각만으로 이랜드는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유휴부지도 계속해서 정리하는 중이다. 실제 지난 1분기에는 호텔을 지을 계획이었던 부산 지역에 소재하는 나대지를 매각했으며, 연내 NC 평촌점도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패션은 지난해 7월 이후 현재까지 경영효율화 작업 중이다. 이 일환으로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와 핸드백 브랜드 라베노바를 철수했고, 프리미엄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를 갤럭시로, 중저가 브랜드 로가디스 그린을 로가디스 스트리스로 통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향후 비효율 사업 철수를 계속하고, 온라인사업 등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유통방식을 전면 전환하기도 했다. 휠라 골프는 2018년 봄ㆍ여름 시즌부터 기존 백화점 및 대리점 중심의 유통방식을 도매형으로 전환한다. 골프 전문점 및 골프장 클럽 하우스 등의 도매 채널과 이태원 직영점을 비롯한 기존 휠라 메가 스토어(대형 가두점)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과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마진율을 낮춰 수익성을 제고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로 고객층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장기불황의 여파로 가계는 최근 수년간 의류비 지출을 대폭 줄였다. 의류비의 경우 고정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계가 소비를 줄일 때 1순위로 고려하는 품목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3년간 내수 의류 소비는 민간 소비 증감률을 하회했다.역설적이게도 소비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계 흑자율은 30.4%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가 지갑을 닫은 이유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중국발 사드 충격', '고용 불안'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내수 의류시장에는 소비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됐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의류 소비 회복세가 짙어질 것"이라며 "전년도 하반기 정국 불안과 중국 사드 충격으로 급랭했던 내수 경기가 기저효과로 작용하는 가운데, 수출 낙수효과와 신정부의 내수 부양 정책이 소비 심리 개선세에 탄력을 더해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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