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이 '붉은 선' 넘고 있다' 북중 관계 급속 냉각

북한은 전방 지역에 170mm 자주포 6개 대대 100여문과 240mm 방사포 11개 대대 200여문을 배치해 놓고 있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국제사회가 전통 '우방국'으로 분류하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회담'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 중국이 적극성을 보이는 데 대해 북한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의 '조중(북한과 중국)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조중 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게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중국의 정치인과 언론인이 걸핏하면 거론하는 '국가적 이익의 침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우리가 할 말이 더 많다"며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해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북한)"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중국을 '주변국' 또는 '이웃 나라'로 지칭하지 않고 '배신'이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직접 비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최근의 북핵 문제로 불거진 갈등뿐 아니라 굳이 과거 상황을 언급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5년 전 맺은 한중 수교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한국과 경제 교류의 테두리를 벗어나 정치·군사적으로까지 관계를 심화시켰다"며 "동북 3성은 물론 중국 전역을 반(反)공화국 전초기지로 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 주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톈안먼(天安門) '망루 외교'를 상기시키며 "세상 보란 듯이 중국이 한국과 입 맞추며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 공조하는 데 대해서는 "조중 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며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목숨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이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한 나라들에 경고하는 발언으로 읽힌다.북한이 중국의 심기를 자극하는 이례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은 최근 중국 당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를 내세워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까지 거론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논평에서 "이미 최강의 핵보유국이 된 우리에게 선택의 길은 여러 갈래"라며 중국 대신 러시아로 손길을 뻗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같은 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61년 북중 간 맺은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을 상기시키면서 "조약은 침략을 결연히 반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고집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어긋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북미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핵 실험을 멈출 것을 거듭 촉구하는 등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논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글을 실었다.또 인터넷판인 환구망의 '북한과 논쟁하지 말고 북핵 보유에 타협하지 마라' 제하 논평을 통해서는 "이번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이 북한의 핵실험 추진을 변호하고 있고 중국이 주장하는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피해 등 동북 3성 안전 위협론을 반박하고 있다"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이성적인 사고에 빠져있다"며 "중국이 이런 비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맞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말하고 북한은 북한의 입장을 밝히면 된다"며 "중국은 우리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레드라인이 어디까지인지,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어떤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인지만 알리면 된다"고 덧붙였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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