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우리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강민정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은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중 특히 교육정책들을 들여다보고 싶다. 교육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고, 무엇보다 수많은 학부모와 700만이 넘는 아이들의 삶과 직접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간 6만여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수백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고통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성적이 좋은 대로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힘겨워 하고, 학습의욕을 잃고 공부에서 배제된 아이들은 자존감을 잃고 방황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의 현재가 이러할진대 우리의 미래가 밝기를 기대하는 건 허망한 일이다. 아이들의 고통은 곧 부모들의 고통이기도 하다. 대졸실업률이 고졸실업률을 앞지르고 있다. 소위 일류대학 취업률이 50%를 밑도는데도 여전히 사회와 어른들은 '입시성공 신화'를 신주단지 모시 듯하며 줄 세우기 교육, 문제풀이식 교육, 지식주입 교육을 강요하고 있기조차 하다. 여전히 좋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어린 인생 12년을 저당 잡히라고 얘기하고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고통을 감내하라는 식으로는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 행복하게 자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공약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현 교육문제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된 건지도 의심스럽고, 더욱이 교육정책의 목표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예체능을 입시에 반영하면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이 키워지게 되는지, 학제를 바꾸면 미래교육이 되는 건지, 콜 수를 못 채워 자살하는 직업계고 실습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직업계고를 50%로 늘리면 교육문제가 해결되는지 묻고 싶다. 정부의 교육담당부서가 교육인적자원부라고 불렸던 때가 있다. 국가가 아이들을 '자원'으로 본다고 선언하며 교육정책을 이끌었던 결과였다. 아이들은 자원이 아니다. 아이들은 인간이다. 한 명의 빌 게이츠가 1000명을 먹여살린다는 말로 한 명을 위해 999명의 아이들이 뒤처지고 배제되는 교육을 노골적으로 합리화하는 게 용인되어 왔다. 부모들은 내 아이만은 그 999명에 속하지 않을 거라며 이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교육관에 동조하면서 허리끈을 졸라매고 학원비 마련을 위해 노동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출산율 세계 최저 현상은 출산지도를 그리거나 출산장려금을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은 사회를 만들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5년 후면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SW교육을 하거나 창의교육을 외친다고 미래사회가 준비되지는 않는다. 몇 년 전에 덴마크 교육을 소개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교육은 무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우고, 학력으로 임금을 차별하지 않고, 나이 40이 넘어도 언제든지 배우고 싶으면 다시 배움을 보장받는 평생교육 체제가 있는 나라. 그래서 세계 최상위 행복도를 자랑하는 덴마크 얘기를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혁신학교에서 4년 간 근무하는 행운을 누린 적이 있다. 학교 밖 시스템은 어찌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학교 안에서는 아이들이 하나하나 존중받고,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교장과 교사와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만들어가는 일들이 가능했다. 교사ㆍ학부모ㆍ학생에게 기피대상이던 학교가 불과 1~2년 사이에 모든 주체가 행복한 학교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우리가 일거에 덴마크처럼 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성공은 우리교육도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혁신학교 성공의 핵심은 학생도 교사도 주체로 인정해주는 데 있다. 주체로 인정받을 때 창의성도 책임감도 생기며 미래사회 적응력도 길러진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공약에서는 이런 것들이 읽히지 않는다. 누가 당선되든 새 정부는 우리 아이들의 고통을 해결하고 교육이 교육다워지는 길을 만드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다. 이건 희망이 아니라 절박한 요구다. 강민정 (사)징검다리 교육공동체 상임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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