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사회 반영론, 이른바 거울론에 입각하면 미디어는 사실에 가까울 수 있다. 최소한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을 거울에 비추듯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이 모두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고 하지만 진실은 저만치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흡사 '랑그'와 '빠홀'의 차이만큼 간극이 있다.진실이 불편한 것은 그 치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꼭꼭 숨겨 두었던, 그래서 좀체 제 모습을 알 길 없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을 목도하는 건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다. 진실을 감춘 이든, 이를 파헤친 이든, 그저 그냥 지켜보던 이든간에 마찬가지다. 우연한 발견이 운명적이라 느낄 때 외치는 세렌디피티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어제(16일)는 세월호 참사 3주기였다.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 신항에서 많은 이들이 세월호 기억식과 추모제를 지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잊지 않겠다는 발길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졌다. 딱 3년. 시계는 바삐 돌아갔지만 시간은 그대로 멈췄다. 그날 이후 무감각하게 달력을 넘기지만 시간은 여전히 2014년에 멈춘 지 오래다. 세월호가 기적처럼 인양됐지만 진실이 인양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그래서 참사 다음해 첫달을 '2014년 13월'로 지칭했던 것처럼 지금은 '2014년 40월'에 다름아니다.<본지 2015년 1월13일자 30면 '2014년 13월에 부쳐' 참조> 가슴에 사랑하는 이들을 묻은 가족들은 절망 속에서 그 기나긴 36개월을 버텼다.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를 보면서 가슴은 다시 먹먹해진다. 세월호가 완전히 뭍으로 올라온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미수습자 발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애가 타는 것은 미수습자 가족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참사 3년, 세월호는 뭍에 남은 사람들에게 긴 침잠(沈潛)의 시간을 남겼다. 하지만 미안함과 함께 처절한 반성과 자숙의 계기로 삼아야 할 그 침잠의 시간이 어느 순간부터 무뎌지고 있다. 혹자는 지겹다고 한다. 그러니 이제 그만 하자고도 한다. 이른바 태극기집회에 나섰던 모 인사는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 "바닷물에 쓸려갔을지 모르는 (미수습자) 그 몇 명을 위해서 수천억원을 써야겠냐"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진실이 불편하다고 그냥 덮자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에 다름아니다. 어영부영 그렇게 넘어가는 것은 더 큰 불행의 씨앗을 남길 뿐이다. 세월호는 단순한 배가 아니다. 단순한 해양 교통사고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간 우리가 외면하고 살았던, 그래서 우리 사회 속에 켜켜이 쌓여온 온갖 부정함의 민낯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비추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왜곡된 거울이었는지 모를 일이다.제2의 세월호를 막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불편하더라도 진실과 마주하며 국민 모두가 기꺼이 처절한 자기 반성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의 '2014년 40월'은 2014년 50월로 또 70월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시간을 돌려야 할 때다.김동선 기획취재부장 matthew@asiae.co.kr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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