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학비 월 수십만원…회계장부 조작·빼돌리기 부정적 인식까지
유치원에서 식품안전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는 지난 2010년 당시 만 3세(5세)였던 첫째 딸아이를 인근 A사립유치원에 보냈다. 월평균 꼬박 40만원의 돈이 지출됐다. 아이가 7살이 되자 처음으로 누리과정이 도입되고 정부가 예산을 일부 지원하면서 학부모 부담이 조금 줄어드나 싶었는데 영어교육비 등의 이런저런 명목으로 학부모부담금이 생겨나 비슷한 금액을 내야 했다. 2014년 같은 유치원에 입학한 둘째 아이는 매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 22만원이 '아이사랑카드'를 통해 유치원에 결재됐다. 하지만 A씨가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유아학비, 특별활동비, 급식비, 차량비 등은 여전히 월평균 42만~44만씩 꼬박꼬박 들고 있다. A씨는 "정부가 누리과정을 지원한다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학부모가 유치원에 내야 하는 돈이 여전한 것은 무슨 이유냐"고 되물었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된 단설-병설-사립 유치원 논란에서 대다수 학부모들은 일차적으로 '비용'을 문제 삼는다. 국공립인 단설이나 병설유치원에 비해 사립유치원이 훨씬 많은 돈이 드는데도 자리가 없다 보니 울며겨자먹기로 사립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공립유치원의 경우 대부분 연 2~3회의 체험학습비나 유유값 월 1만원 정도를 학부모에게 부담시켜 학비가 월 1~2만원에 불과한 반면 사립의 경우 월평균 22만원, 유치원별로는 천차만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만 3~5세 아이 한명을 3년간 유치원에 보낼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공립은 72만원, 사립은 792만원으로 학부모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원아모집이 어려워 공립처럼 원비를 받지 않은 사립유치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반대로 서울에서는 월 80만~90만원을 받는 사립유치원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따금 불거지는 사립유치원의 원비횡령 문제도 부모들의 불신을 키우는 이유다. 지난 2월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비교적 규모가 큰 유치원과 어린이집 95곳을 점검한 결과에서도 정부보조금과 학부모부담금까지 받는 사립유치원 54곳에서 위반사항 398건을 적발했고, 이들이 부당사용한 금액만 182억원에 이르렀다. 사립유치원의 원장이 시설운영비를 빼돌려 명품가방을 사거나 자기 자녀들의 해외유학비를 대고, 심지어 자동차보험료와 과태료까지 낸 사례가 드러났다.이처럼 사인(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돈을 유용하거나 빼돌려도 횡령죄 등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보니 때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위 행위가 마치 전체 사립의 문제인양 인식되면서 학부모들이 사립보다는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립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이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재정 지원을 중단하거나 3회 이상 적발되면 유치원 정원감축이나 원아모집 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내릴 수는 있다"며 "하지만 서울만 해도 660곳이 넘는 유치원의 회계장부를 일일이 항목별로 들여다보기도 어렵고, 회계장부 조작 등을 밝혀내기는 더더욱 어려워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사립유치원의 경우 설립자 1명이 여러 곳의 유치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 유치원이 일부 대형화·기업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의 경우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5곳이 모두 한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21개 학급에 원생수 470명을 받을 수 있도록 인가받은 유치원도 포함돼 있다.공립유치원에 20년간 근무했던 한 교사는 "사립유치원은 원아 한명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따라 운영비가 곧바로 차이가 있고, 사실상 비영리개인사업자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애당초 사립유치원들이 정부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사인을 법인으로 전환하게 하고 철저하게 감사나 장학지도를 받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