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단설유치원 자제 공약에 학부모들 '부글부글'단설, 月 비용 사립유치원의 10% 수준이지만 전체 유치원 중 단 '3%'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병설유치원 대기번호 170번대입니다. 공립유치원 당첨은 '바늘구멍' 맞아요."13일 서울 양천구의 학부모 최모씨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발표한 유치원 공약을 듣고 이렇게 털어놨다. 최 씨는 "사립이 좋아서 공립에 못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공립이 없어서 못 보낸다"며 "현실이 이런데도 안 후보가 공립인 병설유치원 신설을 줄인다고 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기한 없는 대기번호를 뒤로 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유치원을 택했다.지난 11일 안 후보가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의 독립운영을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공립유치원 증설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현실과 역주행하는 공약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설유치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공교육기관으로 국가에서 교육비를 지원받는 유치원이다. 국가 임용고시를 통과한 교사와 유아교육을 전공한 원장이 근무한다.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에서 함께 운영하는 공립유치원으로 유치원원장을 해당 초등학교 교장이 겸직한다.학부모들이 이 같은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것은 교육서비스의 질이 보장되면서도 사립유치원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유치원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2015년 2월 기준 공립유치원의 교직원 인건비 포함 원아 1인당 교육비 중 국가 및 지자체 지원금을 제외한 학부모 부담금은 병설은 1만782원, 단설은 2만3516원이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는 21만8935원이다. 병설유치원과 비교하면 20배나 차이난다. 특히 이 비용에는 지역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방과후과정와 원복, 입학·졸업경비 등 1회성 경비도 포함된 만큼 각 지역에 따라 학부모가 체감하는 비용 차이는 더 클 수 있다.
(출처= 유치원알리미)
하지만 국·공립유치원 입학은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단설유치원은 전체 유치원 8987곳 중 308곳에 불과하다. 전체 유치원의 3%, 전체 국·공립유치원 중에서도 6% 수준이다.단순 유치원 수를 넘어 원아 수용 인원 차이도 상당하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전체 국·공립유치원이 수용하는 인원은 17만349명으로 사립유치원의 53만3789명에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이 때문에 안 후보가 발표한 '대형 단설 유치원 신설 제제 및 사립유치원 독립 운영 보장' 계획은 현실 문제와 괴리된 접근이며 오히려 현실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부모 윤모(경기도) 씨는 "사립과 국공립 유치원 각각 장단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좁은 선택폭에 비싼 원비까지 있는 상황이 서민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이 부담 때문에 가정경제와 육아가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계획을 내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엄미선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교육과정과 저렴한 학비 등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나 현실적인 교육수요 측면에서도 공립 단설유치원을 확대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며 "안 후보가 모호한 '대형'이라는 전제를 달며 단설유치원 설치 자제를 주장한 것은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직장인 이모(서울 마포) 씨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서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맞벌이 부모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보육·육아문제는 정책적으로도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안 후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며 "나부터도 이런 상황에 둘째를 낳아야 하나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실장은 "안 후보는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꾸준히 내세웠다"며 "다만 국·공립유치원이 모든 원아를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영역에서 사립유치원이 투명하게 운영하고 교육과정도 실정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121511203114315A">
</cente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