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단일화 없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설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등 중견 정치인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고 있다. 각 당 모두 '1대 1' 구도 없이는 필패라고 생각하기는 매한가지다.시간은 촉박하다. 재외국민투표(4월29일)와 사전투표(5월4일) 개시일이 다가오면서 '대선 시계'는 지금도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쉼 없이 돌고 있다. 최근 '강(强)철수'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세 사람의 후보를 엮을 단일화의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지지율이 높은 쪽으로 쏠릴 것이기에 (현재로선) 안 후보가 당연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면서도 "바른정당ㆍ한국당과의 연대를 가시화하는 순간 (지지 기반인) 호남과 진보층이 이탈할 것이기에 섣불리 (카드를)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의 경우 중도적 색깔을 띠면서 동시에 보수에 호소할 수 있고, 진보성향의 지지층을 많이 갖고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이 같은 확장성에 네거티브에서 다소 자유로운 이력이 기회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확고한 고정 지지층과 지역 기반이 없어 보수ㆍ진보의 양극화 속에서 어느 정도 생존력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이미지를 지도자의 이미지로 바꾸지 못한 것도 가슴 아픈 대목이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의 타고난 학습능력을 거론하며 "정치적으로 잘 적응했고, 일관되고 안정감 있는 메시지를 주는 데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뒤에는 안희정 후보의 지지층도 대거 흡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 실장은 향후 대선 본선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1, 2위를 형성하면 큰 폭의 지지율 격차가 있더라도 양자 대결이란 '착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경제전문가'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배신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지 못하고 있다. 친박 세력이 만든 배신자 프레임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면서 대구ㆍ경북(TK)의 적자를 노렸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다소 괴리감이 느껴지는 엘리트 이미지와 정치적 세력이 약하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낮은 지지율과 중도하차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홍 후보가 챙긴 반사이익 등은 유 후보에게 여전히 위협 요인이다.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완주한다고 해도 보수진영에선 분열만 초래했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반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거침없는 발언과 친박ㆍ친노(친노무현)를 가리지 않는 '저격'은 트레이드마크다.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단박에 범보수 진영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그는 4선 의원, 당 대표, 도지사 등 중량감 있는 경력도 갖췄다. 반박(반박근혜) 노선을 취했지만 최근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갈 곳 잃은 보수층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좌충우돌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는 게 약점이다.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남아있는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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