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0배" 대덕연구단지 내 최대 규모 민간기업연구소3800명 연구원 근무…박사 비중만 20%"고부가 화학제품·전지·신약 개발하는 전진기지"
▲대덕연구단지 내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의 본관 전경.
[대전=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민간연구소에서 이정도 수준의 기술력과 장비를 갖춘 곳은 LG화학 기술연구원 뿐일 겁니다. 1조원 투자를 발판 삼아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화학기술을 비롯해 배터리·신약 개발에서도 미래 시장을 선도해나가야죠."(LG화학 관계자) 지난달 31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을 찾았다. 축구장 40배 크기(30만㎡·약 8만7000평)로 대덕연구단지 내 최대규모 민간기업 연구소인 이곳은 LG화학이 생산하는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싱크탱크'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최초 제품을 상업화하는 등 대한민국 화학산업을 선도해 온 혁신의 산실"이라고 자신했다. 지상 4층 규모의 본관동을 시작으로 총 7개의 연구동에선 LG화학 전체 R&D 인력인 5300명 중 3800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1979년 건립 당시엔 70명에 불과했지만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50배 이상이 늘었다. 이 중 박사 구성비는 20%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국내 민간기업 연구소의 박사급 비중은 약 6~7% 수준이다. LG화학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력인 '세라믹 코팅 분리막'(SRS)도 이 곳에서 탄생했다. LG화학이 특허를 획득한 SRS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의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정성과 성능을 향상시킨 기술이다. 이날 기술연구원 4연구동에서는 SRS 열수축 실험을 통해 기술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리막개발팀은 가열기에 세라믹 코팅을 덧대지 않은 일반 분리막과 LG화학의 SRS 분리막을 올려놓고 180도~200도의 온도에 노출시켰다. 1분 뒤 일반 분리막은 심하게 수축되며 검게 타들어갔지만 SRS 분리막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제안 연구원은 "평상시 배터리가 이정도 온도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큰 충격시 온도가 갑자기 올라갈 수 있다"며 "SRS 기술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술로 그동안 GM, 르노, 볼보, 아우디 등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 및 품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해 전 세계에서 운행 중인 친환경차량은 60만대를 넘어섰다. LG화학 관계자는 "그동안 단 한번도 필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등 품질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하고 있다"며 "경쟁 우위를 지속 확보해 500㎞ 이상의 3세대 전기차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확실한 1위를 수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기준 LG화학은 총 30여개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82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누적 수주 금액 36조원을 돌파했다.지난 1월 합병한 LG생명과학의 연구소 역시 기술연구원 내에 위치해있었다. 합병 전에는 칸막이를 세워 LG화학 연구원 간 접근을 차단했지만 지금은 이를 모두 제거했다. 한 몸이 된 것이다. 생명과학연구소는 1981년 LG화학(구 ㈜럭키)이 당시 민간기업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설립한 '럭키 유전공학연구소'가 모태다. 이곳에선 그동안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획득한 항생제 '팩티브'를 비롯해 국내 최초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 첫 국산 미용 성형필러 '이브아르' 등을 개발했다. 기술연구원 1연구동에 위치한 생명과학연구소에서는 다양한 의약품 연구개발 실험이 한창이었다. 2층에 위치한 제품연구센터의 실험실에서는 작은 기계들이 쉴새 없이 돌아가며 알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타정기에서 제조된 알약들은 코팅 작업에 들어갔다. 코팅은 공기나 외부에 노출돼 약효가 떨어지지 않게 알약들을 보호하고 약품에 따라 위나 장에서 분해돼 흡수되는 시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의약품 샘플들은 최종적으로 사람 몸 속과 같은 온도·환경을 구현한 용출기에서 시뮬레이션이 이뤄진다. 윤덕일 제품연구센터 제형팀 연구원은 "용출기를 통해 약이 어느 시점과 지점에서 풀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며 "생산시설을 축소해놓은 이 공간에서 우리가 만든 의약품이 체내에 효과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약의 형태 및 크기 등을 결정하는 연구를 한다"고 설명했다.같은 건물 분석센터 지하 1층에는 신약개발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 합성된 수많은 물질들을 보관하는 '케미칼 라이브러리'가 있었다. 합성신약은 많은 종류의 화학 물질들을 합성하고 실험을 진행해 원하는 효과를 보이는 물질을 찾는 과정이다. 1994년 합성신약 연구를 착수한 이래 현재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케미컬 라이브러리 데이터베이스는 약 13만 종.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다. 김회숙 신약연구센터 연구원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며 "케미컬 라이브러리의 데이터베이스가 많을수록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때 이를 참조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해 개발 기간 또한 현저히 단축된다"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1월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바이오 전 분야에서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며 "바이오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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