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김도진 기업은행장 '中企, 외환위기 수준 고통…어렵다고 대출 줄일 수 없다'

-"'사드'는 정치이슈…경제적 영향과 구별할 필요"…관계부서 모니터링 강화"'어나더차이나',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주목"

김도진 기업은행장./윤동주 기자 doso7@

[대담=조영신 아시아경제 금융부장, 정리=손선희 기자] "현장에 가 보면 중소기업들이 거의 외환위기 수준으로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IBK기업은행)가 중기 대출을 더 이상 늘리지 못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행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 취임 석 달 차를 맞은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 앞에서 다시금 이 같은 기업은행의 '설립 정신'을 되새겼다. 최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그는 "희망적인 것은 과거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등으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연체율이 심각하게 높지 않았다는 시계열 통계가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그렸다.김 행장은 "오히려 위기에 '편승'해 대출자산을 늘리고 거래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 되레 퀀텀점프를 하게 됐던 상황도 있었다"며 "올해도 연체율ㆍ고정이하 여신 비율ㆍ충당금 적립규모 등 각 지표에 대해 기간별 목표치를 설정해뒀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오도록 관리만 잘 한다면 정부에서 요구하는 공급량도 채우고 은행의 이익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은행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최근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 정부의 보복성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당장은 일부 대기업에 치중돼 있어 우리 거래업체들에게 타격이 올 정도는 아니지만, 장기화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현지 법인장으로부터 들었다"며 "빨리 좀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다만 김 행장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기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안보 이슈"라고 선을 그으며 "순탄하게 해결돼 안정화되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정치적 파장과 경제적 실 영향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무조건 불안해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미다.김 행장은 "어떤 애로가 있는지, 당장 자금적으로 버틸만한 지에 대해 얼마나 예상을 해두느냐에 따라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글로벌자금시장그룹과 기업고객그룹, 여신운영그룹 등 관계부서가 힘을 합쳐 전수조사에 준하는 수준의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업체가 받는 영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윤동주 기자 doso7@

다음은 김 행장과의 일문일답.-취임 석 달 차를 맞았다. 그간 바빴을 것 같은데.▲우선 고민이 깊었던 인사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조직편제도 마무리했다. 지난달 10일 영업지점장 회의에서 '현장'을 강조한 새 비전을 선포, 실제 직원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 임기 내에 모든 지점을 다니겠다고 약속한 만큼 더 힘차게 가볼 생각이다.-현장 다녀보니 어땠나.▲중소기업 업계는 워낙 편차가 심해 다양하다. 대규모 공단에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견딜만한 회사도 있는데, 어찌됐든 중소기업청 조사를 참고하면 자금조달이 어렵다는 기업 비중이 47%나 되더라.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이른바 '좀비기업'이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현장 지점에서는 그런 '옥석가리기'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잘 해야 하는 문제다.-취임 당시 '글로벌' 강조했는데.▲그 고민을 시작하게 된 근저에는 '중국 시장의 한계성' 때문이다. 현재 중국법인에 16개 점포가 있는데 수익률이 그리 좋진 않다. 현지 법인의 관리인력이 국내와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인원이 많고, 수익을 내도 관리인력에 들어가다 보니 실제 수익은 크지 않다. 위안화 절하 등 환평가손도 있어 내부 유보가 많이 되지 않는다. 각종 규제로 점차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의 수가 늘지 않는 등 문제에 봉착하니까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고 그래서 '어나더차이나(Another China)'를 찾게 된 것이다-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은 어떤가.▲베트남은 시장 상황이 훨씬 낫고 수익률도 괜찮다. 캄보디아나 미얀마에도 사무소는 들어가 있다. 필리핀 마닐라나 인도 뉴델리 등에도 지점이 있다. 남은 것은 인도네시아 진출이다. 과거 현지도시 여러 곳에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었는데 외환위기 이후에 대부분 철수했다. 이런 이유로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지 금융사 스스로 구조조정이 어려운 탓에 최근 외국계 은행을 들이는 분위기다. 우리는 중소기업 위주인 만큼 현지에서 기업금융이나 외환 쪽 은행을 두 곳 정도 물색해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생각이다.-M&A 대상 후보를 추려놨나.▲그 작업을 수행해 줄 파트너를 먼저 찾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현지에서 기업은행을 서포팅해 줄 컨설팅 회사를 선정하는 것. 또 회계적, 법률적 뒷받침을 해 줄 파트너도 각각 필요하다. 단계별로 추진할 생각이다.-언제쯤 성과를 볼 수 있나.▲완성은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어느 정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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