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인구감소는 기회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

2032년부터 한국의 인구가 줄어든다. 통계청에 의하면 현재 한국 인구는 5125만명으로 2032년이 되면 0%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33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고령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13.2%인 고령자 비율은 2030년에는 24.5%, 2060년에는 41%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근이나 페스트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것도 아닌데 인구가 감소하고, 더구나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중세 유럽의 흑사병은 신의 징벌에 의한 인간사회의 종말로 간주되었다. 유럽 중세사학자 필립 데이리더는 흑사병이 창궐한 초기 4년간 희생자를 통상 인구의 45%~50%로 추산했다. 유럽에서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사망률을 보였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지역에 따라 인구의 80%가 희생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한다. 페스트 한번에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때 희생자는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이나 어린이들이었다. 중세까지 전염병은 노인 인구를 강제로 소멸시키는 하나의 기제로 작동했다. 그러나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은 기아를 극복했고, 마침내 페스트 같은 '역병'까지 극복하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인구 폭발이라는 놀라운 생태계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이런 인구 증가로 인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인구증가를 억제할 것인가에만 골몰했다. 보건복지부의 가족계획 표어의 변화는 재미있다. 1982년에 나온 '둘도 많다 하나 낳고 알뜰살뜰'이라는 구호는 1990년에도 이어져 '하나로 만족합니다 우리는 외동딸'이 된다. 그러다 2004년이 되면 '아빠 하나는 싫어요'로 돌변한다. 인구증가율의 저하와 노인인구의 급증이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조짐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불과 15년도 내다 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정부다. 그런데 인구 감소는 재앙일까.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인구감소는 우리의 준비 여하에 따라서는 기회일 수 있다. 4차산업혁명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인간 노동력 부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지금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열심히(?) 일하는 용접로봇이나 운반 로봇은 인간 대비 몇 배의 생산성으로 기여하고 있다. 만일 근로자에게 다시 용접을 하라거나, 차량 시트를 손으로 들어 운반하라고 하면 바로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까. 인구의 감소는 생산설비나 자원의 효율화도 촉진할 것이다. 인구의 감소는 시장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비효율적인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자연도태에 의해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기업이 생존하게 된다. 인구 감소는 해외의 우수한 젊은 인력을 유입시킬 수 있는 국가적 계기이기도 하다. 이미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는 공대의 경우 우수한 동남아나 동유럽의 학생들이 대학 연구실을 메우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인구의 감소는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게 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의 다원화와 글로벌 리더십을 촉진할 것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기반으로 설계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은 강력한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바로 옆 이웃인 중국은 조만간 우리보다 더 심각한, 거의 '핵폭탄' 수준의 재앙을 맞을 것이다. 중국에서 2020년이면 60세 이상 인구가 3억명, 2030년에는 5억명으로 무려 인구의 40%가 고령자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사회는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지만 준비할 시간도, 예산도 부족하다. 중국은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약 2억 명이 하루 생활비 1.25달러 이하인 국제 빈곤 기준상 빈곤층이다. 중국의 국가 정책은 빈곤층의 해소와 경제 성장에 있어 아직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 때 한국의 경제와 기업, 사회 시스템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솔루션'이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이 바로 한국의 질적 전환을 위한 준비기, 시스템 설계의 순간이다.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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