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구채은 기자]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 지원을 결정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자금과 출자전환(1조6000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채권단에 강도높은 채무재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산은과 수은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등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들어간 혈세만 13조원에 이르는 만큼 채권단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이 내놓은 추가 지원방안은 채권단의 동의를 전제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채권단 합의가 없을 경우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ㆍpre-packaged plan)'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되지만 사실상 법정관리ㆍ기업회생절차나 다름없어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화 추진 한계 직면=산은과 수은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의 배경에 대해 "2015년 10월 정상화방안ㆍ2016년 6월의 추가 자구계획 수립에도 불구하고 조선시황 부진ㆍ경영상 악재의 누적으로 정상화 추진의 한계에 직면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상화 추진을 위해서는 추가 유동성 지원은 물론, 기존 모든 금융채무에 대한 근본적인 채무조정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삼정KPMG에 의뢰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면적인 실사를 가졌다. 삼정은 신규수주 감소, 드릴쉽 인도 지연, 자산매각 지연 등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보수적 관점에서 재무추정을 실시했다. 산은 관계자는 "4월부터 유동성 고갈이 시작돼 실사결과상 누적기준 최대 부족자금은 2018년에 5조1000억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순손실 추세가 지속되며, 영업 등 자체 경영활동만으로는 취약한 재무ㆍ손익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책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함에 따라 '무리하게 돈만 퍼주는 것'이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 10월 서별관 회의에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이후 줄곧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깨고 또다시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나서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대마불사 논리로 대우조선해양을 계속 살려왔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다"며"이번에도 정상화에 실패한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단 합의 무산시, P플랜 가동 = 금융당국은 채권단ㆍ시중은행ㆍ2금융권ㆍ사채권자와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 합의 실패시 곧바로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ㆍpre-packaged plan) 카드를 꺼내든다. 이와 관련,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제1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에 대한 합의 도출 실패할 경우 그간의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법적 강제력을 활용하는 P플랜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산은과 수은은 조만간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1금융권 채권금융기관과 SGI서울보증,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 2금융권 보증기관 등 1ㆍ2금융권 7곳과 회의를 열고 채무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후 채권단은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총 1조3500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 논의를 사채권자들에 요구할 계획이다. 다음달 14일을 전후해 열릴 것으로 보이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상환유예와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이 가결되지 않을 경우에도 채권단은 P플랜 신청에 들어갈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P플랜에 대해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P플랜 도입 사례를 찾아볼 수 없고, 외국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에 적용된 챕터 11(Chapter11ㆍ파산보호)이 P플랜과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P플랜의 모델로 STX팬오션이나 대한해운에 회생에 적용했던 사례를 제시한다. 두 기업 모두 법정관리 상태에서 DIP파이낸싱(회생절차에 있는 기업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금융기관에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챕터 11의 법제는 우리와 개념이 달라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고 P플랜을 도입한다면 2년여만에 법정관리에 졸업한 STX팬오션의 사례에 더 가까울 것"이라며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ㆍ구채은 기자 nine@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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