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 거리 샛길. 이날 중앙대로 외 샛길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했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본격적으로 사라진 건 지난해 12월부터 1월 사이였던 것 같아요. 올해 1월에는 평소 80%가량을 차지하던 요우커 비중이 30%대로 뚝 떨어졌어요"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브랜드숍 관계자는 텅 빈 매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명동에서도 소위 노른자위로 불리는 황금 상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 관계자는 "우리 매장보다 입지가 더 좋은 매장들도 마찬가지"라며 명동 유네스코길에 위치한 매장들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 매장들의 일평균 매출은 2000만원 가량인데, 최근 요우커가 감소하면서 500만원까지도 떨어지기도 했다"며 "앞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 수는 더 줄어들 텐데 현재까지도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은 시각 유네스코길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에는 요우커 수보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최근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가 요우커 수보다 더 많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관계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탓에 요우커 수가 줄어드니, 오히려 일본인 관광객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 중앙대로 모습.
명동상권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 여행사들에게 '오는 15일부터 한국여행 상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려 방한 요우커 수가 수직하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 보복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날 명동거리에 위치한 국내 화장품 매장 20여 곳의 방문객 비중에서 요우커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남짓했다. 과거 매장 방문객의 80~90%를 차지하던 요우커 비중이 40~50%대로 뚝 떨어진 모습이다. 요우커의 빈자리는 일본인 혹은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채웠지만, 요우커를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일례로 이 상권에 위치한 한 에뛰드하우스 매장에는 20여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렸다. 인근에 위치한 매장과 비교해보면 4~5배 가량 많은 수였다. '행사기간도 아닌데 방문객들이 왜 이렇게 붐비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이 정도면 많은 것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방문객들이 꽉 차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요우커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티니위니 매장도 마찬가지다. 계산 대 앞에는 열 명 가량의 요우커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매장 관계자는 "평소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더페이스샵 매장. 이날 매장에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비중이 전체 방문객 중에서 50%도 채 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사드 후폭풍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오는 15일부터 한국에서는 단체부터 개별까지 중국인 관광객 모습을 찾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개별 관광객의 경우, 보상금을 걸어놓는 등 방한 절차가 보다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다, 사기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드배치 이후에도 1년 이상 중국 정부의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유네스코길에 위치한 티니위니 매장 모습. 이날 이곳에는 요우커 열명 가량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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