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의 휴먼 피치] 1년 좌우하는 여자농구 감독들 언변술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 [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매일 오후 3시.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비의 위성우 감독(46)은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체육관에서 선수들과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위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서 "두 얼굴의 사나이"로 불린다. 그는 요즘 남은 정규리그 일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걱정거리다. 지난달 1일, 위 감독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을 체육관 가운데로 불렀다. 그는 "솔직히 이 시점에서 나도 어떻게 너희들을 이끌어야 될지 모르겠다"며 "쉬는 날 농구공 한 번이라도 잡아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욕심을 내고 열심히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시즌은 안 끝났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은 침묵했고 체육관은 적막했다. 곧바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선수들 모두 일사불란하게 "수비! 수비!"를 외치며 분주히 움직였다. 오후 5시30분. 위성우 감독이 찌푸렸던 표정을 폈다. 그리고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씩 던진다. 3점슛 훈련을 하는 김단비(25)에게 "그래 그거다. 지금 그 슛 자세를 잘 기억해둬"라고 했다. 존쿠엘 존스(23)를 불러서는 "정말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남은 시즌도 잘 부탁한다"고 했다. 오후6시 저녁식사 때는 선수들에게 장난을 건다. 위 감독은 "모니크 커리(34), 존스에게 이거 장어탕 알고 있나 물어봐라", 신인 나윤정(21)에게 "저녁에 요거트 많이 먹으면 살찐다"고 농담을 했다.위 감독을 포함해 여자농구 감독은 일 년 내내 언변술사가 되어야 한다. 말 한 마디로 여자선수들과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한다.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감독(50)은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들보다 감정의 기복이 더 크다. 말 한마디에 토라질 수도 있지만 더 집중하고 열심히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용인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 [사진=김현민 기자]

감독들은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임근배 감독은 선수들에게 주문사항을 "~해라"보다는 "~해보자"고 전달한다. 그는 "여자 선수들은 잘 안 되면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일수록 독려한다. 지금 안 돼도 고비를 넘어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 점을 선수들에게 인지시켜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또한 "집사람에게도 조언을 많이 구한다.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올 시즌 여자농구 언변술사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청주 KB스타즈가 3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3강에 들지 못한 언변술사들은 내년 새로운 언변술을 갖고 돌아올 것이다.김영주 구리 KDB생명 위너스 감독(49)은 "지난 2주 동안 선수들에게 한해 농사를 끝내고 수확하는 시기니까 남은 경기 열심히 해서 후회 없이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했다.KDB생명은 지난 2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59-65로 패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김영주 감독은 "노력했지만 한 시즌 결과가 이렇게 됐다. 부족한 부분은 공부해서 다음 시즌에 메우겠다"고 했다.신기성 신한은행 감독(42)은 시즌 내내 라커룸 벽에 글귀를 붙여놨다. '나쁜 순간은 있어도 나쁜 하루는 없다', '마지막 우리는 웃을 것이다', '나는 팀에 세균이 될 것인가, 필요한 비타민C가 될 것인가' 등. 신 감독은 시즌 개막 때 "각종 책에서 읽은 좋은 글귀들을 모아 붙여 놓았다.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효과를 못 봤다. 신 감독은 "초보감독으로서 내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특히 선수들에게 동기부여하는 일이 어려웠다. 부족한 점을 찾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했다.여자농구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은 오는 10~24일에 한다. 삼성생명과 KB가 3전2선승제로 플레이오프를 한 뒤 이긴 팀이 우리은행과 5전3전승제로 챔피언을 가린다.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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