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주총서 정관 재정비사업목적 21개로 단순화"한계가 왔다면 과감히 갈아타라"네트웍스는 렌탈사업으로플래닛, 유통 커머스로 사업 모델 재편[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목표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지난해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변화를 강조하며 '딥 체인지'를 꺼내들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지금, 그룹 내부의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지지부진한 사업 모델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 목표를 바꿔튼 기업도 눈에 띈다. 쓸데없는 것은 안 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최태원식 '딥 체인지' 문화가 그룹 전반에 깊게 스며들고 있다는 평가다.
◆"쓸데없는 것은 안 한다"=SK이노베이션은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재정비한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사업목적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관엔 있었지만 실제 영위하지 않고 있던 부수사업을 삭제키로 했다. 여행ㆍ레저 등 생활 서비스, 교재출판, 자동차 매매ㆍ대여, 프랜차이즈 등 5개 항목이다. 기존 사업목적도 33개에서 21개로 정리하며 단순화했다. 이는 쓸데없는 사업을 솎아내고 에너지ㆍ화학ㆍ배터리 등 기존 주력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인수합병(M&A) 등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고부가 화학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1위 화학기업인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부문을 3억7000만 달러(약 43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잘하는 것에 집중"=사업 모델을 과감히 갈아탄 계열사도 있다. SK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상사기업으로 시작한 SK네트웍스는 최근 '렌탈 사업'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자동차 렌탈 부문인 SK렌터카가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와중에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에도 성공하며 기업의 정체성을 '렌탈 사업'으로 조준했다. 반면에 더 이상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타미힐피거 등 6개 패션 자체브랜드를 포함해 패션사업 부문 전체를 현대백화점그룹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사업과 충전소 유형자산을 SK가스에 양도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을 정리했다. '렌탈 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SK플래닛도 자회사인 11번가를 합병하면서 유통 커머스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했다. 대신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T맵 등 기존 사업 대부분은 SK텔레콤으로 넘겼다. 현재는 11번가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진출에 힘쓰고 있다.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최근에는 태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재원과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자산 효율화에 나선 계열사도 있다. SK해운은 우량자산으로 분류되는 해운과 기타 관련 사업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며 재기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시장의 극심한 불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해운과 관련한 대부분의 자산은 신설법인인 SK해운에 편입된다. 존속법인은 증권 등 매도가능금융자산과 일부 채무를 떠안고 정리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는 계열사별로 이미 시작되고 있는 셈"이라며 "주력사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부수적인 사업에 대한 솎아내기 작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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