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후된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하고자 단계적 개발 계획을 담은 '다시·세운 프로젝트 창의제조산업 활성화 계획'을 2일 발표했다. 사진은 건물별로 예정된 보행테크 계획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대한민국 최초 주상복합건물 종로 세운상가. 1966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윤락업소가 밀집돼 있던 종로와 퇴계로 일대를 정비하고자 '세상의 기운이 다 모여라'라는 뜻의 '세운' 상가 건립에 나섰다. 대한민국 1970~80년대 전자·전기산업 부흥기를 맡았던 곳으로 5층 이상 주거공간에는 당시 연예인, 고위공직자, 대학교수들이 주로 거주했었다.하지만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건설되며 1990년대 이후 이곳의 상가 대부분은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도 찾지 않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본격화된 슬럼화는 일대 주거환경까지 열악하게 만들었다.서울시가 세운상가 살리기에 나선 배경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역사적 거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지난해 1월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생사업 "다시·세운 프로젝트' 1단계에 착수한 것도 이때문이다. 서울시가 세운상가에 도입할 방법은 낡은 건물을 밀어버리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다시 짓는' 전면 철거식 재개발'이 아닌 '재생'이다. 세운상가의 역사성과 문화성을 살리면서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핵심이다.서울시는 무엇보다 일대 유동인구의 '온도차'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서울 유동인구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10곳 중 8곳이 명동, 종로, 을지로 일대다. 특히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중구 명동 일대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1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직선거리 1㎞에 불과한 세운상가의 유동인구는 불과 2300여명에 그친다. 서울시가 '섬' 살리기에 나선 핵심 이유다.이런 탓에 개발 콘셉트 역시 주변부와 조화에 집중했다. 세운상가 양 옆으로 위치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는 점진적 개발에 들어간다. 세운상가는 그대로 두고 주변 구역을 171개 구역으로 분할 개발하는 것으로, 이 지역은 산업과 주거, 문화가 복합된 '메이커시티'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10년 넘게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세운 4구역(3만2223㎡)이 정상화된다. 세운상가와 종로4가 네거리, 청계4가 네거리를 4개 축으로 하는 지역으로, 지난 2004년 최고 높이를 122.3m로 제한한 건축계획안을 두고 세계문화유산 종묘 등 인접한 역사경관이 훼손된다는 우려과 수익성을 높이려면 고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지연돼왔다. 향후 서울시는 구역별 주민면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정책자문단 회의 등을 거쳐 종로변은 높이 55m, 청계천변은 71.9m로 개발안을 확정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1980년대부터 빠르고 유연한 생산방식으로 도심 제조산업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던 세운상가군이 청년의 혁신성, 기술 장인의 노하우, 미래 기술이 결합된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세운4구역이 오랜 갈등 끝에 본 궤도에 오르게 된 만큼 지역 주민, 문화재청 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차질없이 진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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