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2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는 폭언과 저주가 쏟아졌다.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무리들에게는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헌법기관마저도 저주와 탄핵의 대상이었다.이날 탄핵심판정에서 목격한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와 안하무인이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역사의 심판' 운운하며 재판관들을 겁박하고 조롱했지만 심판의 시계는 여전히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헌재가 심리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불신과 갈등으로 얼룩졌다. 무더기 증인신청과 공정성 시비로 탄핵심판을 파행으로 몰아간 대통령 대리인단은 급기야 막말과 선동의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탄핵심판 자체의 격도 끌어내렸다.전날 진행된 16차 변론에서 보인 대통령 측의 모습은 흡사 '코너에 몰린 생쥐'를 떠올리게 했다. 도발적인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측의 발언이 지속될 때마다 방청객 일부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자기 주장에 급급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게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한다"며 "(탄핵소추) 청구인의 수석대리인"이라고까지 했다.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이를 제지하자 김 변호사는 오히려 "이정미 재판장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다. 국회 소추위원단에게는 '약자'인 박 대통령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웠다. 그는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했다. '국회의원은 야쿠자', '탄핵심판은 북한에서나 하는 정치탄압',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내란 사태가 오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50년 경력의 원로 법조인이 언급한 국민은 태극기 집회에 나온 시민들뿐이었다.그동안 16차례의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됐다. 지난 12월 이후 공식적인 촛불 집회도 16차례 진행됐다. 여기에 나온 1000만명(누적)이 넘는 시민들의 바람은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가 밝혀지고, 범법자들이 법에 따라 처벌 받는 것이다.대통령 측은 흡사 불복운동이라도 벌일 태세다. 그들은 '이대로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진다면 어떤 결정이 나오든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져 대한민국 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이날 재판부는 대통령 측이 신청한 20여명의 증인과 증거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최종변론기일을 사흘 더 늦춰 오는 27일로 정했다. 이날을 끝으로 모든 변론이 마무리되면 남은 것은 심판 과정에서 나타난 증언과 증거를 바탕으로 한 재판부의 판단이다.헌법 가치를 훼손한 '헌재 농단'에 다름 아닌 대통령 측 변호인의 발언을 목도하면서 양식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더 절실해졌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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