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기자
나무아트 김진하 대표 [사진=김진하 대표 제공]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시민들이 작품을 지켜주었다. 전시 관리를 하기 위해 몇 작품을 미리 떼어내려 하는데 관람객들이 내 멱살을 잡았다. 보수단체에서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 벅차더라." 시민들의 박수와 격려는 김진하 나무아트 대표(56)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는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 나간다. 집회가 열릴 때만 작품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상 뒤쪽에 야외 갤러리를 만들어 매주 전시회를 열어왔다. 미술 전시는 지난 8차 촛불집회(2016년 12월 17일)때부터 시작했다. 이번 주(24~25일)에는 광장에 '임을 위한 행진곡'(9차)을 주제로 신학철 화백(73)의 작품을 전시하고 포토존을 마련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했다.그는 뜻을 함께 하는 동료 작가들과 '광화문미술행동' 단체를 이끈다. 미술행동 팀장인 김준권 화백(61)이 먼저 제안했고 김 대표가 기획을 맡았다. 김 대표는 "'광화문미술행동'은 일시적 행동조직이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작년 10월쯤 블랙리스트가 알려진 뒤 미술 쪽에서 무언가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가 시민들의 축제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문화가 끼어들 틈이 생겼다. 사비를 들여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시민들과 화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그린 30~40m짜리 대형그림을 경찰 차벽에 붙이는 '차벽 공략 프로젝트(1~3차)'를 했다. '차벽 넘어 광장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4~6차부터 전시 형태로 조금씩 자리 잡았고, 7~8회 전시부터는 '촛불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대형그림을 내걸었다.지난 18일 설치된 이흥덕 작가 작품, 지하철 퍼레이드, 290.2 × 1091cm, 캔버스에 유채, 2016
지난 18일 설치된 이흥덕 작가 작품, 지하철 퍼레이드, 290.2 × 1091cm, 캔버스에 유채, 2016
1986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서른 살까지 작가로 활동했다. 1986년에는 '정릉벽화사건'과 관련해 ‘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 혐의로 일주일간 구금당한 채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릉벽화사건은 1986년 김 대표를 비롯한 홍익대 미대생 네 명이 신촌과 정릉 주택가 벽에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그림을 그려 이슈가 된 사건이다.김 대표는 비판적 미술가들에게 기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기획자가 됐다. 그는 "때로 미술이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할 때가 있다. 예술이 바로 대중 속으로 침투해 살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해외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 그에게 참사는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는 "미술이 동시대와 어떤 식으로든 소통하고 호흡을 해야한다"는 철칙을 지키고 싶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집회를 서너 번만 하면 금방 끝날 줄 알았다.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3월 첫 주 계획은 아직 없다.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정리하는 축제의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다"고 했다.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