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휩싸인 삼성] 미증유의 충격…삼성 “재판서 진실 밝히겠다” (종합2)

삼성 망연자실 '모든 게 올스톱', 재계 한국경제 악영향 우려…글로벌 브랜드 가치 흔들, 외신도 관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사태를 경험한 삼성이 재판에 승부수를 띄웠다. 인신 구속은 죄의 유무 판단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전개될 재판에서 반전을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은 공식입장을 통해 냉철한 대처를 다짐했지만, ‘미증유의 충격’을 경험하면서 술렁이고 있다. “경영 컨트롤타워 부재로 모든 게 올스톱됐다.” “눈앞이 캄캄하다.”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17일 오전 5시37분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은 물론 재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삼성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그룹 오너의 구속 사태를 경험한 일이 없다. 창사 79년 삼성의 성장 동력이 멈추게 될 위기에 놓였다.
삼성그룹은 국내 제조업체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기업이다.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300조원을 넘어선 적도 있고, 한 해 매출액도 200조원에 이를 정도 한국 경제에서 위상이 남다른 기업이다. 삼성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면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해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 삼성 개혁 과제들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사업 발굴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뤘던 사장 인사를 비롯한 조직 개편, 신입사원 채용 등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검의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데다 최종 결정권자인 오너가 구속되는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삼성 협력업체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1·2차 협력업체는 총 4300여개, 고용 직원은 6만3000여명, 직원들의 가족 수는 20여만명에 이른다. 삼성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매출이 떨어져서 겪게 될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구속 이후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더욱 힘겨운 재판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이 악재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면서 재계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국내의 조기 대선정국,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심각한 악재가 터져 나왔다는 얘기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글로벌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2015년보다 14% 상승한 518억 달러(약 58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룹 오너의 구속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이 재도약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최대 의사 결정자를 잃으면서 경영 침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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