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 빠진 삼성과 재계, 외신도 긴급 속보…'불확실성 증대, 한국 경제에 큰 부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경영 콘트롤타워 부재로 모든 게 올스톱 됐다." "눈앞이 캄캄하다. 악재의 수위와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채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17일 오전 5시37분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은 물론 재계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은 창사 79년만에 성장 동력이 멈추게 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경제에서 삼성이 지닌 위상을 고려할 때 충격파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한 기업의 시가총액이 3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삼성 그룹 전체로보면 400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한 해 매출액이 200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사태는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에 충격파를 안겨줬다.
삼성 협력업체들도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물산 등 9개 주요 계열사의 1 ·2차 협력업체는 총 4300여개, 고용 직원은 6만3000여명, 직원들의 가족 수는 20여만명에 이른다. 삼성 협력업체 관계자는 "협력사로선 당장 삼성전자의 매출이 떨어져 입을 직접적 영향 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가 없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황이 종료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1차 구속영장 기각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법원의 재판 과정이 남아 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 수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를 내세웠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1차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의 방어막은 특검의 '창'을 막아내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한 번도 오너의 구속 상황을 겪어보지는 못했다. 수사는 받았지만, 그룹의 콘트롤타워가 흔들리는 상황은 경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삼성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면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처할 계획이다. 미래전략실 해체 등 준비했던 개혁 과제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검의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데다 최종 결정권자인 오너가 구속되는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삼성은 앞으로 투자와 채용, 사업 계획 확정 등 기본적인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격적인 경영과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다.
국내에서는 조기 대선 정국이 가시화됐고,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불확실성이라는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오너의 구속은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의 글로벌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2015년보다 14% 상승한 518억 달러(약 58조원)를 기록했다.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가 천문학적인 브랜드 가치를 지녔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룹 오너의 구속은 삼성 입장에서 가늠하기 어려운 악재다.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CNN방송 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사실을 전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휴대폰 발화 사건을 겪은 삼성이 재도약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최대 의사 결정자를 잃으면서 경영 침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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