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본 자존심, 정서적 장벽=문제는 SK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원조 기업이자 일본 반도체의 자존심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9.8%로 글로벌 2위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36.6%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012년 이전까지 1위를 달리던 도시바는 한국 기업에 뒤졌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한 상태다. 설상가상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에 따라 7000억엔대의 손실을 기록한 뒤 영업이익 저수지 역할을 하던 반도체(낸드플래시)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도시바는 분사 이후 지분 19.9%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반도체 사업 투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다. 이번 도시바 지분 입찰에는 SK하이닉스와 함께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마이크론, 대만 홍하이 등 10여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라는 샤프 인수전 때도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의 훙하이가 선택됐다"면서 "한국 기업의 지분 인수에 대한 일본 내 정서적 거부감이 변수"라고 말했다. ◆일본 투자 법적제약 없나=KOTRA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 투자한 금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이웃나라 일본에 대한 투자가 미약한 이유는 아시아 거점시장으로서의 경쟁력 약화도 원인이지만 법적·제도적 제약도 중요한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지분 투자를 넘어 사업 인수까지 구상하고 있다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일본은 외국 기업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다양한 경로로 투자를 제약하는 견제 장치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일부 업종은 투자 이전에 사전신고를 하거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KOTRA 관계자는 "2008년 영국계 펀드인 TCI가 일본의 J파워(일본 전력개발)에 대한 투자비율을 증액하고자 승인을 신청했는데 일본 정부가 공공질서 저해를 우려해 투자에 대한 증액중지를 지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제약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