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의 해시태그를 통해 많은 성폭력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사진=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인터넷에서 해시태그(#)를 통한 페미니즘 운동이 다시 일고 있다. 이번엔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 위험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여성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스토킹이나 훔쳐보기, 무단침입 시도 등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겪었던 범죄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7일 현재 트위터에는 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1만 건 넘게 작성돼 있다.발단은 이렇다. 사진작가 박경인씨가 2015년 출간한 ‘자취방(Her Own Room)’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이 문제가 됐다. 일부 사진 속 여성들이 자취방이라는 배경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누워있거나 유혹하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박씨의 사진을 본 일부 여성들이 박씨가 자취하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졌다.여성들은 박씨가 자취방이라는 공간에 일상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불안감이나 공포는 무시한 채 성적인 장소로만 표현했다며 분노하고 있다.이에 여성들은 지난 1일부터 ‘#이게_여성의_자취방이다’는 해시태그와 범죄 피해 경험담을 올리면서 자취방이 언제든 성범죄 장소로 돌변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예를 들어 한 여성은 “자취방에서 샤워를 하는데 어떤 남자가 보일러 배관을 타고 올라와 염탐했다”고 썼고, 또 다른 여성은 “배달한 음식을 주고 돌아간 배달원이 ‘시간되면 커피 한 잔 하지 않겠느냐’는 문자를 보내와 무서웠다”고 했다.또 낯선 남자가 현관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마구 잡아당긴 경험이나 시킨 적 없는 택배가 왔다며 문을 열어달라는 남자 등 수천 건의 범죄 피해 사례가 공유되고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전문가들은 일상적인 성폭력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원진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가 단순한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인 경험이고, 우리의 경험이라는 사고를 하는 것 같다”면서 “2015년의 ‘#나는페미니스트다’가 선언적 의미였다면 이제는 집단화된 공동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여성들의 해시태그 운동은 ‘#나는페미니스트다’가 시초다. 2015년 2월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김모군’을 언급하며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쓴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여성혐오 칼럼으로 촉발됐다.또 지난해 5월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SNS에서 ‘#여자라서_죽었다’, ‘#살아남았다’ 등 해시태그로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해 가을엔 문학계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내 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여성들이 소속집단 내 성폭력 피해 사례를 폭로하기도 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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