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업 흔들리면 산업 마비'…中企 원로 서병문 대표 쓴소리

제조원가 급등, 납품단가에 반영 안돼 심각한 수준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500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액이 약 4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제조원가는 급증했지만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납품단가를 원가 상승분에 연동하지 못해 어려움이 컸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서 대표는 "최근 수년간 고철 등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전기료가 크게 오르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대기업에서 주문하는 물량 자체가 급감했고 납품단가 문제 때문에 생산설비 자동화 등 원가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경영여건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비엠금속은 국내 자동차 대기업의 2차 협력업체로 차량 부품용 주물 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1966년 설립된 이 업체는 해외 선진 기업과의 기술제휴와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한 경쟁력으로 자동차 부품과 냉장고 부품을 제조해 대기업 등에 공급했다. 2006년 경남 창원 소재 진해마천주물공단에 전자동설비를 갖춘 현대식 공장을 신축 이전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극복해 나가면서 2011년에는 매출액이 486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서 대표는 "우리뿐만 아니라 주물업계 전체가 채산성 악화로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뿌리산업인 주물업계가 흔들리면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이 마비될 수 있다"고 말했다.서 대표는 1944년생으로 고희를 넘긴 중소기업계 원로다.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상임자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중소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서 대표는 "조선업의 쇠락과 자동차·중장비 등 대기업의 해외이전 생산으로 주물업계가 평균 40% 이상 물량이 감소했다"며 "대기업 등 수요처에서 합당한 납품단가를 인상해 주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자력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물은 자동차, 조선, 중장비 등 우리나라 제조업의 완성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핵심공정의 소재부품으로 국가기반 뿌리산업이다. 주물공업협동조합 등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인 고철의 경우 2015년 대비 지난해 가격인상률은 78.2%에 달한다. 주물업계 평균 생산원가의 약 15%를 차지하는 전기료도 최근 10년간 49.8% 인상됐다. 인건비 인상률도 급증하고 있다. 서 대표는 1997년부터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오면서 주물산업에 위기가 올 때마다 업계 대표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 함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대기업 등 수요처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 단가 인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약 보름간 '생산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올해에도 실력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주물업계 대표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임시총회를 열었다. 서 대표는 "품목별로 다르지만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고려해 주물제품 1㎏당 319원에서 331원 정도 납품단가를 인상해줘야 한다"며 "이달 1일부터 대기업 등 수요처의 납품단가 인상 여부를 보면서 다음 달 말까지 우리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220개 조합원사를 비롯해 약 600개 업체가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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