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정부 인사 최순실이 좌지우지'…차은택의 ‘고해성사’

“최씨 특정 휴대전화로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차씨 추천 일부 문화계 인사 “‘좌편향’이라서 안 된다” 언급[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미르재단 설립을 기획하고 운영과 관련한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최씨가 특정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시로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최씨의 위세를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3일 헌법재판소 8차 변론에 나와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 문화계 인사개입 정황과 그 과정에서 최씨와 박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차씨는 “최씨의 허락 없이는 미르재단에서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었다”며 “미르재단의 모든 사업 아이템 자체를 최씨가 결정해서 이사장 등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재단의 정책과 방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최씨를 미르재단 회장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차씨는 “최씨가 2015년부터 재단 얘기를 자주하고, 앞으로는 민간에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며 “재단 운영이 이사회 의결이나 대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최씨가 포스트잇에 적어온 내용을 지시하면 그게 이뤄지고, 브랜드가 보여지는 시점에 대통령이 나타나 최씨가 얘기하던 부분을 언급해 소름끼쳤다”고도 했다.최씨는 K스포츠재단이 더블루K에 사업을 몰아주는 구조를 밝힌 언론 보도 등을 보고 미르재단과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도 같은 구조로 가고 있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차씨는 최씨의 요청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원장, 뉴욕주재 한국문화원장,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 본인이 아는 인물은 추천한 사실도 인정했다. 차씨가 추천한 인사는 대부분 임명됐다.차씨는 “최씨가 추천해달라고 해서 윤모 한예종 교수와 이모 감독 등을 한예종 연구원장직에 추천했지만 탈락했다”며 “나중에 최씨로부터 ‘좌성향’ 인사라 안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차씨는 또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가 낙마한 후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교수를 최씨에게 추천해 장관으로 임명됐고 업무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송성각씨도 차씨의 추천으로 콘진원장 자리에 앉았다.차씨는 인사 추천과 관련해 “그런 부분에 무지했고 그런 과정을 통한 추천이 (잘못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지금은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씨는 국회 측은 증인신청 철회로 대통령 측의 주 신문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오히려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냈다.대통령 측은 차씨에게 “검찰 조사 상황에서 압박감을 느꼈냐”고 물었지만 오히려 차씨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강압수사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그는 “가족에게 더 이상 수치스러워지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래서 검찰에서 열심히 조사 받겠다고 말했다”며 강압수사를 주장하는 대통령 측 의도를 일축했다.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차씨가 진술한 최씨와 고영태 전 미르재단 이사와의 관계에 대해 ‘내연관계’, ‘성관계’ 등의 검찰 조사 내용을 1시간 가량에 걸쳐 확인해 탄핵심판정을 술렁이게 했다.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더럽고 구역질나는 남자(고영태)가 하는 거짓말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며 “최순실씨는 일관되게 고씨와 그 일당에게 당했다고 얘기한게 오늘 증언에서 증명됐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은 “대통령 측이 고씨와 최씨의 관계가 보통의 관계를 넘어선 남녀관계고, 그 관계가 파탄에 이르러서 의도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질문한 것”이라며 “고씨가 경험한 사실 진술하고 있고,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도 진술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일축했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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