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전 대법원장 불구속 재판 원칙 강조…재계 '명확한 증거 없어 구속 신중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전·현직 대법원장들의 '피의자 방어권' 강조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앞서 2011년 7월7일 청주지법을 찾아 간담회를 열고 "불구속 재판 원칙 확립은 재임 중 거둔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2005년 취임 이후 2011년까지 6년의 재임 기간에 사법개혁을 실천에 옮긴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전 대법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불구속 재판을 일선 법원에 뿌리내리고자 노력했다. 이 전 대법원장이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한 이유는 구속을 처벌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을 깨뜨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범죄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법원이 담당하는데 구속 자체가 죄의 확정으로 인식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사진=아시아경제 DB
범죄혐의를 받는 대상이 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과 불구속 상태로 받는 것은 하늘과 땅의 차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인신 구속 상황이 될 경우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변호인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법적 조력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검찰은 구속을 수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변환봉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 원칙은 검찰이 자백을 얻어내려는 방법으로 구속을 활용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법원장 후임인 양승태 현 대법원장도 여러 차례 불구속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양 대법원장은 2011년 9월27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불구속 재판 취지는) 법에 명문화돼 법원이 따라야 한다"면서 구속영장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계는 전·현직 대법원장이 강조했던 불구속 재판 원칙이 이 부회장 사례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 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도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판부에 설명할 계획"이라며 "여론보다는 법리를 토대로 판단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여론의 흐름이 이 부회장 구속 여부 판단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할 재판부가 강경한 여론의 기류를 의식할 것인지, 법과 원칙에 따른 법리적 판단에 집중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양 대법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중하면서도 엄정한 판단으로 법치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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