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받아쓰기―蛇傳 1/김건영

1. 인간의 살상력은 무한하다2. 모두에 대한 모두의 투정 상태3. 미래는 앓을 수 없다4. 다윈과 골리앗5. 이 죄 가면 원죄 오나6. 개들은 빠루에 죽는다7. 피할 수 없으면 질겨라8. 내 이름은 발광9.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10. 우리들의 일부러 진 영웅그러나 단지 이미지는 게임일 뿐 우리에겐 장외가 있어요 아버지는 죄를 꼬아 새끼들을 만들었죠 죄는 죄다 죄다 어머니는 말없이 언어를 굽고 환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내밀었어요 미음을 데워 식탁에 올렸어요 음……마, 으…… 엄……마…… 결국 태어나 버렸죠 이것은 하나의 가정이죠 나는 이유식을 풀고 가장은 기침을 하신 후 가장 크고 붉은 노른자를 삼키고 아직 어두운 거리로 나갈 분 畜生日, 거리는 未譯國을 엎지른 듯 미끄러웠어요 신을 구겨 신고 달릴 뿐 (후략) 
■ 시쳇말로 '웃픈' 시다. 단지 음절 하나, 구절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읽다 보면 키득키득 웃다가도 문득 시무룩해지고 금세 슬퍼지는 시다. 첫 번째 연에 적힌 문장들의 원본은 이렇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모두에 대한 모두의 투쟁 상태, 미래는 알 수 없다, 다윗과 골리앗,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내 이름은 빨강,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어느 유명한 시인의 문장을 살짝 비틀어 적자면, 이 유능하고 젊은 시인의 '기교는 진짜 절망을 낳는다.' 그리고 그 절망은 곧장 작금의 현실을 관통한다. 물론 이 시인이 이렇게 쓴 까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만큼 절망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인의 어법은 절망의 형식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견결한 '투쟁'이다. 웃프지만, 잘 벼린 칼날들이 시 도처에 서려 있다. 채상우 시인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