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도보다 낙태 허용?…'여혐' vs '오해' 논란

전문가-공무원들 '취지 오해, 가임기 여성 통계는 가치중립적 주요 지표' 반격...일부여성단체 '여성혐오적 지도 폐기, 책임자 처벌, 낙태 합법화' 촉구

임신중단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단체가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해 말 불거진 행정자치부의 '출산 지도'를 둘러 싼 논란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ㆍ관계 공무원들로부터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여성단체들은 '여성 혐오적' 출산 지도 폐기ㆍ책임자 문책은 물론 '낙태 합법화'론까지 주장하고 나섰다.행자부는 지난해 12월29일 저출선ㆍ고령화 대책의 하나로 지자체의 출산 정책 장려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별 출산율을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 지도'를 자체 홈페이지(www.moi.go.kr) 내에 개설했다. 그러나 내용 중에 지역별 가임기 여성 숫자 통계가 삽입된 게 화를 불렀다. "여성을 아이낳는 기구ㆍ가축 취급한다", "저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린다"는 비판이 쏟아져 오자 운영을 중단한 채 보완 중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론이 제기되면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해사건의 동기를 둘러 싸고 '여성혐오' 이냐 아니냐 논란이 제기됐던 상황이 연상될 정도다. 우선 인구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임기 여성 통계' 자체를 문제삼는 것에 대해 반론이 나온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지방소멸' 문제를 다룰 때 전세계 공통으로 쓰는 주요 지표로 여성혐오ㆍ비하와 관련없는 중립적인 통계라는 것이다. 실제 마스다 히로야 일본창성회의 의장은 2014년 '지방소멸'이라는 저서에서 인구가 계속 줄어 그 지역이 결국 소멸하게 될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인구의 재생산력을 가장 손쉽고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20~39세 여성 인구 숫자'를 제시했다. 출생아의 95%가 20~39세 여성에게서 태어나므로, 이 연령대 젊은 여성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한 인구의 재생산력은 계속 저하될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총인구의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도 멈출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마스다 의장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비슷한 원리로 국내 지자체의 현실을 분석한 '지방소멸 보고서'의 저자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가임기 여성 통계가 여혐이라는 주장이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오히려 여성ㆍ아동이 행복한 곳을 만드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긍정적 의미로 씌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출산지도가 출산율을 지역별로 서열화하면서 가임기 여성 숫자만 표기하다보니 오해를 부추긴 듯하다"며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의 지원 정책 등 실질적인 정보를 함께 충실하게 제공해줬으면 오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자부 측도 "취지를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행자부 해당 실무 책임자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대비한 지자체의 정책 효과를 비교ㆍ분석하는 데 있어 가임기 여성 숫자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서 썼을 뿐"이라며 "일각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해를 살 소지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사진='대한민국 출산지도' 홈페이지

그러나 비판 측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특히 '낙태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블랙웨이브'(Black wave)'는 출산지도 폐기ㆍ책임자 사퇴는 물론 낙태 시술 합법화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블랙웨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출산지도를 전면 폐기하고, 홍윤식 장관과 담당자는 책임지고 사퇴하라"라며 "출산지도는 여성을 애 낳는 기계이자 가축으로 취급한 것이며, 저출생의 책임을 오직 여성들에게 돌린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여성혐오이고, 지극히 일차원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블랙웨이브는 또 여성적 시각의 반영, 저출산 대신 저출생 용어 사용, 여성 혐오적 표현ㆍ색상 변경, 성평등적 실질적 정책 개발 ㆍ성차별적 캠페인ㆍ광고 규제 법안 마련, 다양한 가족 형재 법적 인정, 출산시 인센티브 혜택의 실질화, '결혼할만한 남성의 수' 통계 공개, 출산ㆍ양육을 위한 실질적 정보 제공 등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특히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출생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인식과 달리, 선진국의 사례는 임신중단 합법화를 통하여 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며 "정부는 여성을 인구정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 선진국의 예를 따라 낙태를 합법화하고 낙태시술비의 의료보험화를 시행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출생률을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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