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 정경부 차장
우리의 주적은 누구인가. 주적 개념은 지난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북한 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오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사용됐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국방백서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대체됐고, 2008년 국방백서에선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 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표현이 들어갔다.2010년에는 천안함 피격사건과 6.25전쟁이후 북한이 우리 영토를 첫 공격한 연평도 도발이 발생하면서 '주적 개념'을 놓고 정치권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권은 북한을 '적'으로 표현한데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야당 대변인들은 하나같이 "'적'표기는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했던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의 뜻을 이처럼 철저히 짓밟는 정권은 금세기 유일무이하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반발도 거셌다. 북한은 국방백서를 비난하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언론들은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에 대해 "신뢰프로세스, 드레스덴 선언, 통일대박들이 체제대결 각본이며 북침전쟁 선언임을 공공연히 선포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논평을 내보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0년에 이어 2014년에도 북한정권과 군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번 주 발간될 2016 국방백서에서도 북한정권과 군을 적으로 규정할 것으로 보여 북한과 야당의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 점만은 알아둬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 문제 해결의 선순환을 추구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 10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로 불거진 2차 북핵 위기, 2005년 2월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등 고비 때마다 터진 북핵 문제는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만 두 차례 핵실험을 했고, 장거리 미사일(광명성호)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연이어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폭주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2016년 탈북해 우리나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태 전공사는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다 같이 겨냥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주적이 누구인지' 내부적으로 다툴 때가 아니라 확고한 안보태세를 갖춰 우리 국민과 영토와 주권을 지켜 나가야 할 때다. 양낙규 정경부 차장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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