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말하다]'읽고 쓰세요. 치매 예방됩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문맹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 분석

▲'문맹이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발표한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읽고 쓰세요."'읽고 쓰는 것'으로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3세)는 '문맹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논문을 최근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2011년의 '전국치매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진단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많다. 만성질환, 유전질환, 뇌손상, 우울증 등이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치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기여위험분율(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 PAF)'을 도출했다. 김 교수는 "분석 결과 국내 치매 환자 16%가 문맹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이번 논문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을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맹률을 낮추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김 교수는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치매 환자 발생의 16%가 문맹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65세 미만 연령층에서 문맹을 퇴치한다면 2050년까지 치매 환자는 1.62%로 감소하고 치매관리비용도 약 60조 원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치매는 한 개인에게도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치매는 뇌의 예비용량이 임계점에 이르면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의 예비용량을 형성하는 데는 학습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컴퓨터 용량과 비슷하다. 메모리 용량이 높고 여유 공간이 많을 때 컴퓨터는 빠른 계산과 처리 능력이 가능하다. 낮은 메모리 용량과 예비 공간이 부족할 때 컴퓨터는 한계점에 이른다. 이 같은 사실은 다른 나라에서도 확인됐다. 김 교수는 "문맹률이 높은 라틴아메리카, 중동,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우 고혈압, 당뇨, 저학력 등의 치매 기여위험도는 3~20%인 반면 문맹 기여위험도는 5~70%로 훨씬 높았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이미 61만 명을 넘어섰다. 2025년 100만, 2043년에는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웅 교수

이에 따라 '리'단위까지 곳곳에 있는 마을회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시골에 살고 있는 노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마을회관에 모여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회관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끼니를 해결한다. 이런 마을회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읽기와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을회관의 역할에 대해)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고령자를 위한 사회 교육시스템이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치매 연구에 뛰어든 것은 스승의 역할이 컸다. 국내에서 최초로 치매 클리닉을 개설한 우종인 전 서울대병원 교수(70세)가 지도교수였다. '제자가 제자로만 머물러 있으면 이는 스승에 대한 고약한 보답'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김 교수는 "스승으로부터 치매에 대한 여러 가지 접근 방법 등을 배우고 이 분야에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으로 김 교수도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치매·경도인지장애센터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치매 치료제의 효과가 아직은 보존적 수준이기 때문에 치매 발병 자체를 억제하는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며 "문맹의 기여위험률이 큰 만큼 문맹자에 대한 구체적 문자 교육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989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8년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국가치매관리위원, 한국노년신경정신약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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