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 길] 해운강국의 몰락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부동의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몰락은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자리를 대신하겠다던 현대상선 마저 글로벌 해운동맹 2M 가입 실패 논란에 휘말리는 등 연이은 시련에 흔들리고 있다. 현대상선을 한진해운의 대체선사로 키우겠다던 정부의 해운산업 구상도 완전히 어긋나게 됐다.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의 실패는 예고된 참사였다. 해운업의 특성을 모르는 금융권이 원칙론을 앞세워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산업적인 파장을 예견하지 못했다. 한국선주협회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들어가기 전부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관련업계가 입게 될 피해액이 1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컨테이너선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업태 특성상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해운동맹 네트워크에서 퇴출되고 화주들에게 신용을 잃어 영업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정부나 채권단은 비관론이 과장됐다고 봤다.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의 지원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은행권이 2856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협력사는 573억원 정도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보고를 냈다. 시장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화물운송 차질 등 물류대란은 3개월째 이어졌고, 관련산업 등 직접적인 피해액이 7000억원 규모, 장기적인 피해액이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공백은 외국 선사들이 독식하고 있고, 한진해운 사태로 신용을 잃어버린 화주들의 한국해운에 대한 보이콧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뒤늦게 해운사 지원을 위해 6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겠다고 나서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판이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을 모르는 금융이 구조조정을 주도한 것이 정부의 패착의 원인"이라면서 "결국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내면서 현대상선을 대체선사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완전히 어긋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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