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마다 고객에 남성셔츠 배달해주는 스타트업 '위클리셔츠' 김태현 대표
美정기구매 시장 트렌드에서 아이디어 얻어"의류 관리 피로 덜어주는 전문서비스 구상
김태현 위클리셔츠 대표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간단히 신청만 하면 신문이나 우유처럼 정기배달되는 셔츠가 있다면 우리 생활은 얼마나 편리해질까. 엉뚱한 상상일 수도 있는 일을 실제 서비스로 구현한 30대 창업가가 있다. 구매와 세탁, 다림질 고민을 모두 없앤 남성 셔츠 구독 서비스 '위클리셔츠(Weekly Shirts)'를 내놓은 스타트업 자프의 김태현 대표(34·사진)가 그 주인공이다.서울 태생인 김 대표는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은행 경영지원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5월 창업 멤버 이정선(32)·박현태(30)씨와 함께 '자발적 프랜차이즈'의 줄임말인 자프(zaf)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 자프는 같은 해 9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올해 3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하는 개인카페 적립금 공유 서비스 '우쥬커피(Would U Coffee)'를 선보인 데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로 지난 10월25일 위클리셔츠를 열었다.김 대표는 26일 서울 성내동 위클리셔츠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에 관한 글을 읽은 후 한국 남성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던 중 일상에서 가장 많이 입는 셔츠를 배송하면 어떨까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여러 달 소비자 설문조사와 시장조사에 매달린 끝에 위클리셔츠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구독이라는 말은 책이나 신문 등을 사서 읽는 것을 뜻하지만 김 대표는 그 의미와 대상을 넓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셔츠 구독 서비스라는 설명을 달았다.달러쉐이브클럽은 이용료를 지불하면 한 달에 한 번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정기구매 방식으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온라인 면도기 판매업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를 유니레버가 올해 7월 무려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김 대표는 "달러쉐이브클럽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 물건을 산다는 개념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하고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데서 오는 피로에서 벗어나 원하는 상품을 정기로 편리하게 받아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가치관의 변화는 소유보다는 사용과 경험을 중시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유행과도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미니멀라이프는 2011년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확산된 '단사리(斷捨離, 끊고 버리고 떠난다)' 운동의 다른 말로, 한국에도 관련 서적들이 소개돼 관심을 얻고 있다.김 대표는 "구독 서비스는 면도기 외에 의류, 구두, 가방, 장난감, 심지어 속옷에 이르기까지 특정 아이템에 한정되지 않고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면서 "렌털 서비스와 달리 이용자 취향 정보를 꾸준히 반영해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만족도를 한층 더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남성 셔츠가 끊임없이 재구매되는 소모품이며, 셔츠를 입기 위한 준비과정이 남성 직장인, 특히 서울에 사는 1인가구의 일상에 부담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위클리셔츠는 '입기'를 제외한 모든 과정(구매-세탁-다림질)을 정기구독 시스템에 접목했다. 즉, 첫 배송 후 이용자가 입고 난 셔츠를 집 현관문 고리에 걸어두면 위클리셔츠가 새벽시간에 이를 수거하고 새것같이 깨끗한 셔츠를 걸어두고 가는 방식이다. 수거한 셔츠는 세탁과 다림질을 거쳐 다음 배송 때 전달된다. 상품은 크게 '여러 종류의 셔츠 구성품'과 '나만 입는 전용셔츠 구성품'으로 나뉜다. 일주일에 3벌 배달되는 3세트와 5벌 배달되는 5세트 선택 여부에 따라 월 4만9000~7만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젊은 남성의 취향에 맞는 고급 원단의 수제 셔츠를 공급하기 위해 김 대표는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유명 맞춤셔츠 공장을 일일이 찾아다녔다고 한다. 또 공유 방식에 대한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 철저한 살균세탁관리와 생산일로부터 6개월 이내 폐기, 손 다림질 등의 영업원칙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등록한 회원은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신혼부부나 출산을 앞둔 여성도 있다. 김 대표는 "셔츠 걱정이 사라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확연히 좋아지진 않겠지만 잠시라도 일상의 여유를 되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넥타이와 카디건 제공, 맞춤 코디세트 추천 기능 등을 추가해 남성의류 전문서비스로 위상을 굳혀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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