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비선실세 딸, 금감원장 친구 아들

황진영 증권부 차장

임영호 전 국회의원(현 코레일 감사)의 아들이 변호사 경력 공채로 금융감독원에 입사하는 과정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승마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것과 닮은 구석이 많다. 둘은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직장과 대학을 경쟁률이 낮은 통로를 통해서 들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기관은 귀하신 분들의 자제를 '모시기' 위해 이들이 지원한 해에 규칙을 변경했다. 이대가 '그분의 딸'을 위한 맞춤형 입시 요강을 마련한 것처럼 금감원도 경력 변호사 지원자에게 적용되는 최소 경력 요건을 없애 로스쿨을 갓 졸업한 '그분의 아들’' 지원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뒷문'으로 들어간 게 드러나 쫓겨난 것도 비슷하다. 이대의 입학 취소로 정유라가 더 이상 이화여대에 다닐 수 없게 된 것처럼 임 전 의원의 아들도 최근 사표를 냈다. 더 이상 명문여대생이 아니고 신의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된 결과는 비슷하지만 차이는 있다. 입학 자체가 취소된 정유라와 달리 임 전 의원의 아들은 입사 자체가 취소된 게 아니다. 이대 입학이 주홍 글씨로 남은 정유라와 달리 임 전 의원의 아들에게 '금감원 2년'은 훈장이 될 것이다. 두 기관이 자체 감사를 통해서 관련자들을 징계하면서 기관장을 감사 대상에서 뺀 것도 닮았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돼 검찰 수사가 끝나면 이대가 징계를 할 수 있는 여지라도 남아있다. 그렇지만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이미 퇴직해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금감원 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행정고시 동기의 아들을 취업시키고 금융 감독기관의 위신을 떨어뜨린 최 전 원장이 이번 일로 입은 손해는 원래 올해 말까지인 금감원 고문에서 한 달 먼저 물러나 월 400만원인 고문료를 받지 못하게 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정유라의 입학에 관여한 입학처장과 단과대 학장 등의 중징계를 요청한 이대와 달리 금감원은 임 전 의원의 아들 입사에 관여한 당시 수석부원장(최종구 현 서울보증보험 사장)과 인사담당 부원장보(김수일 금감원 부원장)의 징계를 하지 않았다. 당시 총무국장 이상구 부원장보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이다. 금융회사의 비리에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금감원의 행태가 자기 식구 감사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관성은 무서운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해온 금감원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징계를 피한 김수일 부원장은 좋은 자리가 나면 낙하산을 타고 금융회사나 금융 관련 공기업에 새로운 둥지를 틀 것이다. 임 전 원장의 아들은 변호사 자격증과 '금감원 2년' 경력을 밑천 삼아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사건을 수임할 것이다. 혼자 '독박'을 쓴 이상구 부원장보도 머지않아 금감원이 마련한 금융회사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금감원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고,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게 '금감원·정유라' 사태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황진영 증권부 차장 you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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