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과정 경쟁없이 '나눠먹기식' 진행...예정가 대비 낙찰률 99%대...정부 예산 수백억 추가 지출 불가피하게 돼
해경 경비함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진행된 해경 경비함 건조 사업을 각 조선사들이 골고루 나눠서 따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은 조선업체들이 뜻밖에도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하지 않아 낙찰 가격을 올리기 위한 '짬짜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21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조달청이 발주한 해경의 3000t급 대형경비함 1척, 500t급 경비함 8척에 대한 입찰이 마무리됐다. 이번 해경 경비함 9척 발주는 정부가 조선업을 지원하고자 준비해 발주한 '계획조선'이었다. 이중 780여억원대 3000t급 대형경비함 1척 건조는 현대중공업, 총 8척인 500t급은 한진중공업이 5척(1589억원), 강남조선이 3척(982억원)을 각각 따냈다.그런데 문제는 업체들의 '나눠먹기식' 입찰 참여로 3건의 계약이단독 입찰 또는 수의 계약 등으로 경쟁없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해경 경비함이나 군함 등은 방산면허를 가진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한진중공업ㆍSTX조선ㆍ강남조선 등 5개 업체가 참여자격을 갖고 있는데, 이번엔 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 두 개 업체가 "'법정관리 중'이어서 입찰보증금 납부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아예 불참했다. 3000t급 경비함 입찰의 경우 10~11월에 진행된 두 차례 공개 경쟁 입찰에 이들 업체들 중 현대중공업(2차)만 응찰해 결국 무산됐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 2일 수의 계약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 제한경쟁입찰로 진행된 두 차례의 500t급 입찰(총 8척)도 비슷했다. 5척 입찰에 강남조선ㆍ한진중공업 두 곳만 응찰해 한진중공업이 따냈고, 3척 입찰엔 강남조선만 단독 응찰해 수주했다.이처럼 경쟁이 거의 없이 입찰이 진행되면서 조선업체들은 정부가 책정한 예상가의 99% 안팎의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3000t급 1척을 따낸 현대중공업은 예정가 786억원짜리를 780억2000만원에 낙찰받아 낙찰률 99.992%(이하 부가가치세 제외)를 기록했다. 강남조선도 예정가 1020억원에 981억원을 써내 99.985%, 한진중공업은 예정가 1655억원에 1621억원을 써내 97.783%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해경은 경비함을 발주할 때마다 조선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벌어져 예정가의 85~90%에서 낙찰가가 결정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선업체들의 '나눠먹기'식 입찰에 정부 입장에선 수백억원의 예산을 더 쓰게 된 셈이다.해경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갑과 을이 완전히 바뀐 채 진행됐다. 공직 생활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며 "수의계약 과정에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들어달라고 하는 몇 가지 조건을 수용해준 후에야 간신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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