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임시 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즉각 소집해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내각에 긴급 조치를 내린다. 이어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정국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8일 국무총리실은 이튿날인 9일 예정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총리실은 "국회의 표결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만큼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모습이다.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시 고건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63일 간 수행했던 전례를 참고로 하되 현재 정국 상황에 맞게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즉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내각에 비상근무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하고, 특히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 장관들에게 각별한 각오로 직무에 임할 것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등에 대비해 군통수권자로서 군과 경찰에 비상경계령을 포함해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방안도 유력하다.정국이 혼란스러운 분위기에서 각종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대폭 강화하라는 주문도 담길 전망이다. 또 국정현안 가운데 경제·민생 등 시급한 과제가 중단 없이 추진하도록 내각에 당부할 예정이다.총리실은 국무회의와 별도로 NSC나 경제·외교·안보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현안을 챙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시점은 유동적이다. 국회에서 언제 탄핵안 결과가 발표되느냐에 따라 9일 오후 또는 10일 오전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리실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가능한 당일에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국민담화에는 '정국 혼돈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는 뜻을 전하고,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정부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행보도 주목된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탄핵안이 의결되기 전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을 비롯한 한국 주재 대사들에게 "외교·안보·경제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내용을 전하도록 했다. 황 총리는 탄핵이 가결된 직후 주변국 등에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 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접 정상외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도 생기게 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냉랭한 한·중 관계 등 외교 현안을 서둘러 풀어내지 않으면 국익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더라도, 정부청사 내의 총리집무실에서 주로 머물면서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대통령관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비상상황인 만큼 세종청사보다는 서울청사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고 전 총리가 청와대에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그리스·아프가니스탄·쿠웨이트·태국 등 신임 주한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을 때 뿐이었다. 이 역시 외교 의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행사를 가진 것이다.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인사권도 행사하게 된다. 시급한 기관장 인사의 경우, 권한대행이 직접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인사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을 지는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헌법재판소장 등에 대한 인선이 대표적이다. 이런 민감한 인사문제와 향후 선거의 중립성 논란 등을 이유로 야당 일각에서는 황 총리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주장대로 대통령 탄핵에 이어 총리 교체까지 추진할 지, 황 총리와 국회 간 협의를 통해 인사문제 등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방식을 택할 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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