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부치 유타카가 알폰스 무하 전시회 간담회가 열린 지난 2일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세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이즈부치 유타카(58·Izubuchi Yutaka)는 국내에 게임과 소설로 발매되어 잘 알려진 ‘로도스도 전기’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작가다. 또한 '기동전사 건담-역습의 샤아'의 뉴건담, 사자비등을 디자인한 메카닉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알폰스 무하(1860~1939·Alphonse Mucha)의 국내 두 번째 회고전(3일부터 내년 3월5일까지)을 앞두고 지난 2일 방한했다. 이번 전시에선 무하 재단 컬렉션에서 엄선한 유화, 판화, 사진, 디자인 상품, 장식품, 드로잉 등 300여 점을 소개한다. 특히 섹션6에서는 한국의 고야성, 임주연, 추혜연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모두 알폰스 무하 작품에 드러나는 특징을 재해석해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만화가들이다.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즈부치 유타카 역시 모던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인 무하에게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캐릭터 디자인 등 그 연장선상에서 삽화도 그렸는데 당시 그렸던 것이 ‘로도스도 전기’ 같은 판타지 소설 작품이다. ‘로도스도 전기’는 20대 때 의뢰를 받았다. 지금 일본에서도 출판되고 있는데 최근 나오는 판은 한국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맡아 표지와 삽화를 그렸다”고 전했다. 이즈부치 유타카는 10대 시절부터 무하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사실 무하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무하에 대한 자료는 많이 없었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알기 시작한 후부터 화집을 모았지만, 그저 취미로 모았을 뿐이다. 가격도 비싼 편이라 구입하기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즈부치는 자신의 판타지 세계와 무하의 화풍이 “서로 친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무하가 미술 쪽보다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말했다. “캐릭터나 로봇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는 나로선 무하와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본에서는 그러한 접근 방식이 없었기 때문에 특이하게 느꼈을 것이다. 무하의 화풍을 통해 ‘로도스도 전기’를 그렸으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당시는 무하재단과 알게 되기 전이었고, 이제와 직접 만나게 됐다. 당시 영향을 받은 것을 두고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알폰스 무하전 세션 6에는 그의 로도스도 전기 작품을 비롯해 알폰스 무하에 영향을 받은 한국 만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김세영 기자]
무하는 회화, 책 삽화, 조각뿐만 아니라 디자인-포스터와 보석, 인테리어 장식, 연극(무대, 의상 디자인), 포장과 제품 디자인 등에서도 이름을 떨친 다재다능한 미술가였다. 당시 아르누보(Art Nouveau ·‘새로운 예술’을 뜻하며, 1890~1910년 사이 유럽, 미국, 남미 등 국제적으로 유행한 양식)의 정수로 알려진 무하의 장식화들은 19세기 미국과 유럽에 퍼지며 대표적인 아르누보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작품은 당대의 작가뿐 아니라 만화가와 상업 디자이너 등 많은 현대 그래픽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이즈부치는 “무하는 이런 형식으로 미래에 자신의 화풍이 전달됐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무하의 특·장점에 대해서도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무하는 파리시절 (무대포스터 등) 디자인중심의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시절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 아르누보 양식을 대표하는 곡선 표현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물의 머리카락, 드레스의 주름 곡선 등이 세밀하다. 대상을 단순히 정지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내지 않고, 부드러운 선으로 일순간을 포착해 리듬 있게 표현했다. 일정한 프레임 안에 이야기 또는 세계관을 집어넣은 것이 매력적이다. 이것이 대중들에게 임팩트를 준 것”이라고 했다. ‘기동전사 건담’, ‘패트레이버’ 등 이즈부치의 작품 역시 어디선가 다음 세대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만의 독특한 건담디자인 역시 전파되어 간다. 그는 “건담 시리즈도 여러 작가들이 그리고 있지만, 그대로 똑같은 것이 아니라 작가 안에서 소화되어 새롭게 반복된다. 내 작품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좋은 비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술의 감각은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아르누보 양식은 과거의 것이긴 하지만 (미래로)이어져 가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본다는 의미보다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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