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물이 나오는 구멍을 틀어막는게 중요하다. 이미 흘러나온 물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이다. 집단대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파트 청약 관련 규제를 통해 애초부터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파트 청약 물량이 대거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금융규제로만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지난 8월 가계부채 대책을 준비할 때 금융당국은 아파트 전매 제한 강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두달여뒤인 3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이른바 '강남4구'와 경기 과천시에서 모집공고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권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했다. 입주 이후에야 팔 수 있다. 일단 청약을 받아놓고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파는 투기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강남4구를 제외한 서울 21개 구와 경기 성남시에서도 계약 후 1년6개월이 지나야 분양권을 팔 수 있다. 최근 분양 열풍에는 분양권 매매를 통한 차익을 노린 수요가 다수 끼어있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학생이나 주부 등 소득이 없는 사람들까지 일단 분양 받아놓으면 돈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가수요가 차단되면 집단대출 수요도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8월 대책을 통해 집단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춰 은행이 10%의 리스크 부담을 지도록 했으며 대출자의 소득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했다. 집단대출 잔액 증가 폭이 큰 은행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에도 나섰다. 직접적인 규제 형식을 띠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은행들이 집단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6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집단대출 잔액은 111조원 규모로 전월보다 8000억원가량 늘어 올 들어 가장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2조원 넘게 늘어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부동산 규제가 보다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내정자는 지난 2일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을 위한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 투기는 용납될 수 없는 경제적 폐해”라고 강조했다. 그간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지탱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주택 과잉공급의 우려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는 곧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출신 부총리로서는 지금부터 보다 고삐를 죌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의 경우 계약 후 입주 때까지 수 차례에 걸쳐 나눠 납입되므로 신규 대출이 줄어든다고 해도 당분간은 증가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금융당국에서는 “움직이던 큰 배가 단번에 멈춰설 수는 없다. 조금은 더 움직이다가 멈춰설 것”이라는 비유를 한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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