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詩] 낚시를 창가에 드리우니/성선경

   방금 물에서 건진 달을 척 하니 서편 창에다 걸어 두고 깨진 사금파리 별들을 그 곁에 흩뿌려 적막하니 구름이나 한 점 찰방찰방 건너게 할까? 창가에 낚시를 드리우니 동심원을 그리는 마음 하나 시간을 건너는 발자국 소리 저 큰 하늘을 다 비우는 적막 생각의 생각을 건너는 저 달은 자박자박 어딜 가시나? 낚시를 드리우니 나는 적막하고 구름이나 데리고 찰방찰방 물방울을 튕길까? 방금 물에서 건진 달을 척 하니 서편 창에다 걸어 두고 적막하니 구름이나 한 점 찰방찰방 건너게 할까? 창가에 낚시를 드리우니 깨진 사금파리 별 생각이 생각을 건너는 창가에 동심원을 건지는 적막의 소리 자박자박 어딜 가시나?   '차경(借景)'이라는 말이 있다. '경치를 빌리다'라는 뜻인데, 우리 선조들은 건물을 지을 때 자연 풍광을 그대로 건물 안으로 끌어당겨 배치하였다고 한다. 대청마루 쪽으로 한껏 햇살을 머금은 앞산을 두거나 뒤뜰로 호젓하니 여닫이문 하나 내어 두는 일이 그런 것인데, 창문은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차경의 장치들 중 하나다. 아파트에 살다 보면 풍경이 가득한 창문이 참 그리울 때가 있다. 베란다창이 있기는 하지만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풍경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풍경이 아쉬워서 그렇기도 하지만 창문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시인의 말처럼 창문은 "생각이 생각을 건너는" 곳이다. 창틀에 턱을 괴고 그냥 저 멀리 바깥 어딘가를 보고 있으면 "동심원"이 퍼지듯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들이 지펴지고 그런 생각들의 마디마다 또 마음은 출렁이다 가라앉고 그러지 않았던가. 아무리 작은 창이라도 그보다 더 큰 위로가 달리 어디 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잠시나마가 산책이었고 여행이었고 내가 나를 떠나 저 광활한 우주가 되는 일이었고 밤하늘 가득 빛나는 별을 품고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짧으나마 길고 긴 여정이었지 않았던가. 내 마음의 창문은 언제부터 닫혔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저녁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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