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거국중립내각을 충분히 검토하겠다. 다만 구성 자체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돼 개인적으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황교안 국무총리) ▲"거국중립내각 등 다양한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재 인사시스템으로는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청와대 / 사진=아시아경제DB
◆朴대통령 장고 돌입…문고리 3인방 운명은?= '최순실 게이트'가 정치권을 집어삼키면서 거대한 블랙홀을 형성하자, 이를 벗어나기 위한 당정청의 1단계 인적 쇄신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론 악화를 감안해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규모의 내각과 참모진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압박이 비등하지만, 상징적 존재에 머무는 당정청 수뇌부의 퇴진은 별 의미가 없다는 반박도 상당하다. 28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포함해 흔들림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 숙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별검사제나 국정조사 실시에 앞서 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책임론의 폭과 규모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간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국정 운영의 차질을 피하기 위해 측근부터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거론하며 이들의 사퇴를 선결 조건으로 요청했다. 동시에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여당과의 특검제 실시 협상도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자신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전원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여야도 "청와대 참모진이 먼저 사퇴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상징적 존재에 머무는 당정청 수뇌부보다 최씨의 국정농단에 연루된 주요 참모진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野, "측근인사 정리해야 특검 협상"…靑참모진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이에 따라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과 실세인 우병우·안종범 수석의 퇴진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반면 최씨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황교안 국무총리나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씨의 존재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 사실상 비선라인보다 아래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책임론에선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상태다. 당내 비박(비박근혜)으로부터 거센 사퇴압력을 받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이미 당내 입지를 상당 부분 상실한 상황이라 거취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선 참석자들이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입단속을 주문하는 하극상을 연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특유의 장고에 들어가면서 이르면 주말께 예상됐던 인적 개편은 더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당 관계자들도 "박 대통령이 인적 개편과 관련된 공식적인 (청와대) 대책회의 없이 홀로 심사숙고하고 있다"며 "무작정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박 대통령은 이미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참모진도 다양한 카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인사는 "1, 2차로 나누어 수습책을 찔끔 내놓는 것보다 조금 더 기다린 뒤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독일에 체류 중인 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당장 귀국하기 어렵다"고 밝힌 만큼 박 대통령도 결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여론의 불만을 완전히 잠재울 수 없는 만큼 다양한 강약 조절안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 총사퇴나 청와대 참모진 전면쇄신, 거국 내각 등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국정의 연속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사진=아시아경제DB
◆최씨 사법처리, 측근은 그대로…불통 시나리오도 가능=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박 대통령이 여론에 맞서 인적 쇄신 없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시나리오다. 최씨와 최씨 측근들을 검찰이 조사하거나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짓는 방안이다. 이는 "순수한 마음에서 (최씨와의 관계가) 이뤄졌다"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하는데 적격이다. 그동안 이어온 '불통의 정치'와도 잇닿아 있다. 현재로선 문고리 3인방이나 우병우·안종범 수석 가운데 선택적으로 경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과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을 경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렸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황교안 총리를 포함한 소폭 개각도 거론된다. 다만 총리를 경질할 경우 야권이 요구하는 거국 내각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는데다, 향후 정부의 무게중심이 총리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여권 관계자는 "이정현 대표 사임도 언급되지만, 청와대의 잘못을 당에 떠넘기는 모습이 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결국 여권에선 상징적으로 측근 1~2명을 먼저 정리하고, 당정청 수뇌부 중 1명에게 국정책임을 지울 것이란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국정 운영의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국민 여론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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