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입법부의 행정부 감시 체계가 뚫렸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이 '검찰 수사 중'을 내세우는 증인들의 입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2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에 관여했는지를 둘러싼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으로 밝힐 수 없다'는 논리로 피해갔다. 이에 앞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역시 국감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며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다.국감에서 의원들은 증인을 달래기도 하고 윽박도 지르면서 설득을 했지만, 검찰 수사 등을 내세워 답변을 거부하는 증인들의 입을 열게 하지 못했다.
증인들이 진술 거부를 말한 것은 국회증언감정법 3조 진술 거부에 관한 조항이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친족이나 당사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증언을 거부한 증인들은 검찰 수사를 이 조항과 연관 지어 답변할 수 없다고 밝히는 것이다.이와 관련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의 질문은)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질문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회증언감정법이 준용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감정법)' 3조 3항에 따라 거부 사유를 소명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하지만 이 같은 법 논리로도 증인들의 입은 열 수 없었다. 증언 거부 자체에 대해서도 법리 공방을 피할 수 없는 데다, 고발 등을 하기 위해서는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데 여당 등이 쉽사리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결국 국회가 물을 수 있는 것은 정치적, 여론 상의 책임뿐이다. 20일 국감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검찰 수사 중임을 내세우는 안 수석에게 "진술거부권 유죄 심증으로 삼지도 않는다. 다만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본인이 불리하니까 말을 안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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