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6일 오후 1시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1층 로비. 대형 로열티 계약 해지 늑장공시에 따른 주가 급락 사태로 손실을 입은 70대 개인 투자자가 휘발유를 들고 찾아와 분신하겠다고 소동을 벌였다. 개미 투자자가 뒷목을 잡거나 증권사 직원의 멱살을 잡는 일은 간혹 벌어지지만 분신소동까지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70대 노인의 분노가 폭발한 근저에는 손실금에 대한 단순한 아쉬움보다 공정치 못한 시스템에 당했다는 억울함이 더 짙게 깔려있지 않을까 싶다. 한미약품의 1조원 수출 계약 소식에 신이 났던 개미 투자자들이 또다른 계약의 해지 공시로 30분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것을 넋이 나가 지켜보는 동안 누군가는 공매도를 5만주 이상 쏟아내 순식간에 90억원을 벌었다. 이렇다보니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의 화살이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게끔 허용된 시스템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매매 방식이다. 주가 거품을 제어하고 하락장에 증시 자금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나 해당되는 일이다. 개인투자자들도 대주(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리는 것)를 통해 일부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지만 거래할 수 있는 종목수와 주식수가 제한적이다. 뻔한 악재가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로 대처할 수 있지만 개인은 주식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파는 것 외에는 대처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문제가 나올 때마다 개인들은 역차별을 얘기하며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6일 국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 문제가 불거지자 공시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 후 공시되는 공매도 공시 날짜가 조금 앞당겨진다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공매도 역차별 문제가 해소되기는 힘들다. 사실 공매도를 한다고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중 만도와 건설주 같은 경우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역차별이 문제라면 차라리 개인투자자들도 좀더 쉽게 공매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어떨까.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