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어법…'원칙 어겼는데 수정은 아몰랑!'

故 백문기 농민 사망 원인·부작용 한미약품 신약 두고 '희한한' 어법 등장

▲지난 9월29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구호가 적힌 피켓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대한민국에 최근 '희한한' 어법이 확산되고 있다.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엉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일의 모든 시작점인 '원칙'은 지켜야 할 기본이다. 이를 무시하고 내팽개쳐버리면 그 이후의 과정은 뒤죽박죽, 어수선, 혼란 그 자체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원칙은 어겼는데 수정할 순 없다'는 이상한 화법이 난무하고 있다. 원칙을 어겼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으면 '아몰랑(아, 나도 모르겠어)'을 남기며 도망쳐 버리는 형국이다. ◆"진료 지침은 어겼는데 수정할 순 없다"=3일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윤성 교수)는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두고 "진료지침은 어겼는데 수정할 순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의 재량권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에 따라 故 백남기 농민의 서울대병원 공식 사망진단서에는 '병사'로 기록됐다. 특별조사위원회 멤버 다수가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판단했는데 '병사'라는 기존의 공식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원칙이 틀렸는데 그 이후의 과정은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내놓고 말았다. 이윤성 위원장은 "특별위원회 멤버 대부분이 '외인사'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주치의(백선하 교수)가 이 같은 입장을 수긍하지 않는다면 '병사'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한계를 토로했다. 희한한 논리이다. 원칙을 어겼다면 그것을 수정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외인사'라는 의견에 특별위원회 멤버들 대부분이 수긍했다면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로 바로 잡아야 하는 게 올바른 절차이다. 특별기자회견까지 자청한 자리에서 이 같은 '괴상한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특별기자회견을 왜 한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다. 이후의 결과는 '아몰랑'이다.

▲한미약품 본사.[사진=아시아경제DB]

◆"부작용은 있는데 허가는 취소 안 한다"=이 같은 희한한 논리는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의 표적 폐암 신약인 '올리타정(올무티닙염산염일수화물)'에 대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복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또한 원칙을 어겼다.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것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확인했다면 복용을 중단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부작용이 사라질 때까지 허가를 중단하는 게 상식적이다. 환자에게 "이 제품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사용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꼴이다. 식약처는 "(올리타정에 대해)의사와 환자에게 중증피부이상반응 등 발생 가능성과 주의사항에 대해 집중교육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허가는 취소하지 않는다'는 이율배반적 입장을 보였다. 식약처는 "안전성 정보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결과 대체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에게 치료기회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올리타정이 기존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환자에서 해당제품의 유익성이 위험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어떤 근거로 부작용이 심각함에도 '유익성이 더 큰 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심각한 부작용으로 생명까지 잃는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 "충분히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느냐"고 설명하면 '면죄부'가 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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