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근대의 새벽을 증기기관의 기적 소리로 깨워낸 철도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안전하게 진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철도는 기존의 궤도와 차량 기술 이외에도 신호·제어기술, 전기·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요소기술을 받아들였다. 특히,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도 등장은 더 다양하고 더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철도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만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는 하나의 종합시스템이 됐다. 철도시스템의 한 분야에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대형 철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철도 분야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이번 철도파업이 걱정되는 것이 바로 철도안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력인 기관사, 철도차량 정비사, 철도시설 유지보수인력 등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파업이 시작된 이래 아직까지는 고속열차와 수도권 전동열차가 정상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라도 운행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대체인력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아닌 대체인력이 투입될 경우 업무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지난 2013년 파업 시에도 80대 노인이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대체인력의 운전 미숙으로 목숨을 잃었다.혹시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종사자의 피로가 누적됨에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철도운행편수를 유지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운행하기보다는 철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철도운행의 감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철도 파업, 특히, 파업의 장기화가 철도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추측이 아니라 과거 철도파업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철도파업은 철도노조가 수서고속철도 법인(㈜SR) 설립을 반대하며 벌인 2013년 철도파업이다. 이 철도파업은 12월9일부터 31일까지 23일간 계속된 최장기 철도파업으로 이 시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탈선사고 등 열차사고가 집중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철도사고보고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기간 탈선사고가 총 4건 발생했다. 파업 4일 차인 12월12일에 중앙선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다음 날 경원선 이문차량기지 구내에서 전동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다시 3일 뒤 경의선 수색역 구내에서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했고, 파업 종료 하루 전인 30일에는 경부선 오산~송탄 역 사이에서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생겼다. 이러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대체 근무자로 투입된 수송원에 대한 교육 미흡, 파업에 따른 차륜 검사 소홀 등이 지적됐다. 파업이 종료되고 약 한 달이 지난 2월 2일에 경부선 직산~두정역 사이에서 발생한 새마을호 열차 탈선사고도 파업 기간 중 철도차량에 대한 점검·정비를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철도교통수단은 국민에게 최대한 안전하고 편리한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라선 율촌역 탈선사고로 기관사 1명이 숨지는 등 올해 철도 탈선사고만 8건이 발생해 철도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2일에 발생한 경주 지진의 여파로 철도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것은 철도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상실된다면 철도산업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를 특히 유념해 철도노조는 안전인력을 조기에 현장으로 복귀시켜 자칫 소홀할 수 있는 철도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김시곤 대중교통포럼 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안전공학과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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