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8일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장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말 한마디가 화제가 됐다. 한 장관이 이례적으로 북한 김정은의 신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북한 김정은의 행방과 관련해 "평양 북방(외곽) 모처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국방정보본부로부터 신뢰할 만한 수준의 정보를 보고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언급에 대해 국방위 의원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해 4월 통일부와 국방부의 엇갈린 분석 때문이다. 한 달 전에 치러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김영남이 대의원에 포함됐는지를 놓고 통일부는 80대 후반의 고령임에도 대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며 여전히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군은 김영남이 대의원 명단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동명이인일 수 있다며 퇴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군 당국의 대북 정보 신뢰도는 올해 1월 4차 북핵실험 때도 부실했다. 핵실험 며칠 전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북한이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을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 '는 자료를 냈지만 국방부는 신빙성이 낮다고 깎아내리기 바빴다. 북한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인간 정보(휴민트·Human Intelligence), 영상 정보(이민트·Image Intelligence), 신호 정보(시진트·Signal Intelligence)를 활용해야 한다. 이외에 북한방송과 신문 등에서 얻는 공개 정보도 유용한 정보다. 한·미 연합으로 운용 중인 '제777부대(일명 쓰리세븐 부대)'는 통신감청을 중심으로 신호 정보를 수집하고 국가정보원은 인간 정보, 군 정보사령부는 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우리 정보당국은 인간 정보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수단만으로는 정확한 대북 정보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이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다시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영상과 신호정보 등 기술정보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6기의 정찰위성과 6척의 이지스함 등 막강한 정보 자산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24시간 손금 보듯 한다. 군사전문가들은 대북 정보를 파악하기위해서는 GSOMIA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군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일본의 군사 대국화 경향과 과거사 관련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GSOMIA 체결을 밀실에서 밀어붙인 탓에 무산된 적이 있어 눈치 보기만 바쁘다. 군은 북한의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북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매번 빗나가는 예측을 내놓기보다 정보 수집능력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쪽이 더 국민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양낙규 정치경제부 차장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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