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경주 지진발생지점(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지진 등 재난을 경험자한 사람의 절반 정도는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진 등 각종 재난을 경험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재난 이후의 삶에서 우울·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당한 수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명수 진료부원장팀이 지난해 3월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재난 경험 여부, 재난관련 방송·보도의 적절성 등을 질문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습니다. 전체 조사대상인 1003명(평균 연령 40세) 가운데 재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은 16.9%(170명)였습니다. 재난 경험자의 45.9%(78명)가 자신의 정신건강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 이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어 여가활동(71명, 41.8%), 직업(59명, 34.7%), 자산(56명, 32.9%), 신체 건강(52명, 30.6%), 가족관계(42명, 42%) 순서로 재난 경험 후의 삶에서 장애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재난 경험자의 14%(24명)는 재난으로 우울 등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증진센터, 재난심리지원센터 등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아본 재난경험자가 내린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63.5점으로 낮은 편이었습니다. 이 부원장팀은 "전체 조사 대상 1003명 중 재난관련 방송·보도로 정신건강에 중등도 이상의 방해를 받은 사람의 수가 475명(47.4%)이었다"며 "재난 경험자가 재난 관련 방송·보도로 중등도 이상의 정신건강 방해를 받은 비율은 60.6%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난 경험자가 비(非)경험자보다 재난과 관련된 방송·언론 보도로 정신건강상 방해를 더 많이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원장팀은 "재난관련 언론보도와 방송 프로가 직·간접적으로 재난을 겪고 있는 사람의 정신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거르지 않고 다뤘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며 "바람직한 재난 보도와 메시지 전달을 위해선 각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재난보도 윤리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난 관련 정보는 단일 채널을 통해 전파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 기관인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가 대국민 메시지 발표와 언론 보도자료 배포 등 전반을 담당하는 영국의 예를 들었습니다. 재난 관련 정보와 대책 등 모든 정보가 책임 있는 기관을 통해 소통돼야 불필요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신속하게 알려야 할 정보가 빠져 발생하는 사회적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원장팀은 "일본 정부는 1995년 일본 한신·아와지 대지진(6000명 사망) 발생 지역인 효고현에 마음의 케어센터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생존자·유가족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1만5000여명 사망) 뒤엔 재난정신의료지원팀(DPAT)을 법제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산정보시스템인 국립재난정신건강정보지원센터(DMHISS)를 설립했다"고 전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