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1000억 투입, 급한 불 껐지만…운항 중단 85척 항만상황 달라서 추산하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진그룹이 총수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의 긴급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한진해운발(發) 물류 대란은 당장 '발등의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정부도 채권단도 한진그룹도 물류대란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000억원으로 당장 바다 위에 떠 있는 한진해운 선박들의 화물 하역을 할 수 있지만 채권자들의 입항거부, 자산 압류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추가적인 비용이 어느정도 규모일지 추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운항 중단된 한진해운 선박은 컨테이너선이 97척 가운데 70척, 벌크선이 44척 가운데 15척으로 모두 85척 정도(6일 현재,26개국 50개 항만에서 입ㆍ출항 거부)로 집계된다. 각 항만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하역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도 달라서 각각의 내용을 파악해야 소요자금이 나오는 구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물류대란 해소에 필요한 자금 규모와 관련해 "각 나라 거점항만의 상황에 따라 필요 자금 규모가 결정되는데 지금으로선 불확실한 것이 많다"면서 "정확한 규모는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꾸린 '정부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가 이 규모를 추산 중에 있지만 아직 정확한 숫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진그룹은 당장 1000억원의 자금을 통해 미국과 독일 등 물량이 많은 주요 항구 하역비와 항만 이용료는 해결해 급한 물류대란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물류대란이 해소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으로부터 용선료, 장비비, 유류비를 받지 못한 채권자들이 추가로 자산 압류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압류금지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국가에서는 선박에 대해 억류나 입출항을 거부할 수 있다. 현재 한진해운은 미국과 일본, 영국법원에 한국의 법정관리와 같은 효력을 지니는 압류금지명령을 신청했다. 중국과 대만,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법원도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문제는 압류금지명령이 받아들여지는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박을 압류한 선주, 장비 임대 업체가 무더기 소송전에 나서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한진해운에 36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빌려준 영국의 조디악은 용선료 청구 소송을 냈다. 이스턴 퍼시픽(싱가포르)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구나 1000억원의 숫자는 한진해운이 당초 비정상 운항을 하고 있는 선박을 정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최소비용 1700억원에서 700억원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1700억원 조차 목적지로 정상적인 운항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아니라 가까운 항만으로 화물들을 옮기는 등 급한 불을 끄는 데만 드는 비용인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진의 비협조를 탓하고 한진은 "법정관리 보내놓고 왜 돈을 더 내라고 하냐"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채권단과 한진그룹간의 불협화음, 정부의 조정능력 부재 속에 물류대란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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