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리우올림픽과 수출의 데자뷔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장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

올림픽 메달 시상식에서 울리는 애국가는 언제 들어도 특별하다. 미국 여자프로골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인비선수도 올림픽 금메달만큼 감격스러운 순간이 없었다지 않은가. 그나마 열대야 속에서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했던 리우올림픽에서 '팀 코리아'의 명암이 '수출 코리아'의 데자뷔처럼 느껴졌다. 먼저 우리나라 메달 순위도 8등, 수출순위도 7등으로 비슷하다. 올림픽 메달 개수는 인구와 국내총생산 크기에 비례한다고 한다. 우리 경제가 세계 11위, 인구 27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우리의 매달 개수는 예상보다 높은 편이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노력한 탓이리라. 그런데 메달 집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출 활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우리나라의 아쉬운 점을 짚어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초부문이 취약한 점이다. 올림픽 상위권인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이 모두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런데 우리는 이 종목이 여전히 한참 뒤떨어진다. 수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수출도 세계적 규모에 비해 원천기술이 아직 미흡하고, 혁신적인 부문에서 많이 뒤떨어진다.또 힘들고 어려운 종목이 과거에 비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의 메달 밭은 복싱, 유도, 레슬링이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복싱은 단 1명 출전에 그쳤고, 유도, 레슬링도 과거 영광에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우리 수출도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 흐름과 공급과잉, 임금, 생산비 등 경쟁우위를 내세운 후발국의 추격에 더해 내부적으로 힘든 일을 기피하는 탓이기도 하다.엘리트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격의 진종오선수가 막판 뒷심을 발휘했지만 수영의 박태환, 체조의 양학선, 마라톤 황영조, 이봉주 등 천재형 선수들의 노쇠 또는 은퇴이후 그들을 이을 만한 준비가 안됐다. 시스템보다는 여전히 선수 개인역량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도 13대 주력 품목 대부분이 1990년대 이후 크게 변하지 않고 있고 새로운 주도 품목의 등장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 스타품목도 앞으로는 파괴적 기술 등장 등으로 경쟁우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다.이번에는 리우 올림픽에서 선전한 종목의 비결에서 수출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보자. 첫째, 선수 저변이 넓고 치열한 경쟁환경에 노출된 종목은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 양궁과 여자 골프가 대표적인데, 양궁은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국가대표선발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또 여자골프도 미국 뉴욕타임스가 우리나라 선수단을 1992년 마이클 조던 등이 뛰었던 바르셀로나 올림픽 농구 드림팀에 비유할 정도로 탄탄한 실력과 저변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쟁력 향상은 운동경기뿐만 아니라 수출산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규제보다는 자율을, 보호보다는 개방을, 연공서열보다는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둘째, 틈새시장 공략이 중요하다. 양궁, 사격, 펜싱은 우리나라 대표종목이지만 스포츠 강대국들이 육성하는 핵심 종목은 아니다. 틈새종목에 대한 장기적 안목을 가진 경기단체의 꾸준한 지원이 오늘을 만들어 냈다. 수출도 올해처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화장품을 비롯한 비누, 샴푸, 치약 등 목욕용품, 패션의류 등 소위 K-소비재 수출이 두 자릿수 늘어났다. 앞으로 화장품, 의약품, 농수산품, 생활용품 등 틈새시장을 꾸준히 노크한다면 새로운 수출기회를 맞을 수 있다.셋째, 우리 고유의 멋을 세계화한 종목이 통했다. 태권도는 경기의 재미를 더해야 한다는 숙제도 떠안았지만 지난 1970년대부터 세계각지에서 태권도사범들이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세계화에 나선 열정의 힘이 컸다. 이제라도 우리 고유의 문화나 전통에 스토리를 입혀 세계화함으로써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통신기술(ICT)기반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산업, 의료산업, 관광산업, 전시컨벤션산업 등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에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의 색깔이나 순위에 대한 집착을 덜어내고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우리 젊은 선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 아직 세계수준과 차이가 있지만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패기에서 지금 우리 수출기업에 꼭 필요한 기업가정신도 보았다.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우리 선수의 선전을 응원하듯이 '수출코리아'의 재도약을 향한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기대한다. 김극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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