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공감불능정부에 대한 유감

공감능력 부족과 소통의 승패 의식이 불통 불러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오늘(23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지 1276일(3년5개월29일) 되는 날이다. 대선에서 승리한지는 1344일(3년8개월4일)이 됐다.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인공지능(AI)과 4D 프린터, 무인자동차 등 신기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런데 지난 3년 5개월이 왜 이리도 길어 보이고 남은 1년 7개월이 불안할까. 또 청와대는 왜 불안정과 갈등, 분열, 대립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박 대통령의 초심(初心)은 그렇지 않았다.박 대통령의 2013년 2월 25일 취임식 기조는 '통합과 전진, 그리고 국민의 삶 속으로' 이었다. 취임식에서 박 대통령은 "새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했다.언론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취임식을 전후해 언론은 국민의 염원을 담아 다양한 사설과 칼럼을 실었지만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핵심은 소통과 화합, 통합, 그리고 섬세하고 따뜻한 리더십 등이었다. 3년 5개월 전 박 대통령의 다짐과 국민의 기대는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된 것 같다. 국민 통합은 '여론 분열'로, 경제적 전진은 '성장률의 후퇴'로, 국민의 삶 속으로 가야 할 정치는 '일방통행 통치'로 추락했다.최근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논쟁은 말할 것도 없고 국방과 경제민주화, 민생을 두고 야당과 청와대, 심지어 여당과 청와대의 갈등과 대립, 분열의 사례는 세세히 논하기 힘들 정도다.이 모든 원인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공감 능력 부족' 그리고 소통을 '승패'로 여기는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박 대통령 스스로 한탄했듯이 국회 도움 없이, 또 국민여론의 지지 없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대통령의 꿈을 무한대로 펼치게 해줄 수 있는 힘은 국회, 국민과의 소통이다. 그런데 이를 위한 필수능력 '공감'(共感)이 청와대에서 사라졌다.공감은 상대방의 다른 의견을 몸 전체로 듣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경청(傾聽)의 기본 자세다.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감은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이들의 말을 듣는 것인 듯 싶다. 잘잘못의 진실여부를 떠나 일개 수석 한 사람의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거리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를 청와대 흔들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코미디다. 만약 우 수석이 권력의 근간을 흔들 비밀을 쥐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프란치스코 교황도 공감부족과 책임미루기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가난한 이의 부르짖음에 '공감'하지 못한다.(중략) 마치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책임인 것 처럼 말이다."소통은 승패를 다투지 않는다.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을 일종의 승부나 게임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이 통하지 않으면 '패배'로 생각하는 문화,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면 '수치'라고 느끼는 그릇된 사고체계가 소통을 막는다.그렇다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소통 과정이 세련된 것도 아니다.카메라 앞에 놓이는 배우는 물론 의상과 조명, 심지어 무대 위에 놓인 꽃 한송이도 연기를 한다는 '미장센'이 필요한데 청와대에는 이런 의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친박 일색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송로버섯' 논란이 제기된 게 대표적 사례다.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에서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속삭임'은 없다. 공감능력을 키워야만 이 정부가 산다.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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