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양학선이 빠지자 리세광이 날았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북한 리세광 기계체조 도마 금메달/사진=연합뉴스

"온 나라 인민들이 환영할 것이다."'도마의 신' 양학선(24·수원시청)이 빠진 세계 정상의 자리를 북한 기계체조의 간판 리세광(31)이 메웠다. 리세광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받아 정상에 올랐다. 지난 13일 여자 역도 75㎏급에서 우승한 림정심(23)에 이은 이번 대회 북한의 두 번째 금메달이다. 더불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안마의 배길수(44)에 이어 북한 남자 기계체조 선수로는 두 번째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시상식에서는 북한의 장웅(7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78)이 리세광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 우리의 국군체육부대에 해당하는 '4.25체육단' 소속인 리세광은 시상대에서 인공기가 올라가자 거수경례를 하고, 국가를 따라 불렀다. 감격에 겨운 듯 눈물도 그렁그렁했다. 그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김정은)께 승리와 영광의 보고를 드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200일 전투에 '떨쳐' 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들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줘서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계속되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6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국가 주도로 주민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하는 '200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 리세광은 "김정은을 만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했을 때의 리세광[사진=김현민 기자]

그는 "사랑하는 조국에 더 많은 금메달을 안겨 주기 위해서 이 자리까지 왔다"며 "나를 키워준 감독 동지는 물론 어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힘들 때마다 격려해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리세광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4~2015년에는 국제체조연맹(FIG) 세계선수권에서 2연속 도마 우승을 한 실력파다. 그러나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대회는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북한이 자국 체조 선수의 나이를 속인 사실이 발각되어 전체 선수단이 2년 동안 국제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징계를 받아 2012년 런던대회에도 불참했다. 그 사이 양학선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시작으로 런던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1인자로 떠올랐다. 양학선과 리세광은 자신의 이름을 딴 난도 6.4점짜리 기술을 구사하면서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정상을 다툰 경쟁자다. 그러나 양학선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킬레스건을 다쳐 올림픽에서의 대결은 무산됐다. 리세광은 양학선이 불참한데 대해 "(약)학선 선수가 이번에 부상으로 인해서 못 나왔는데, 체조는 학선 선수가 대표하는 게 아닙니다"라며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신 "고저~치료를 잘해서…"라며 여운을 남겼다. 다음 올림픽에도 출전할 것인지를 묻자 "도쿄 말입니까? 아 글쎄, 고것까지는 생각 못해봤습니다. 제 나이 서른한 살이니까 그 때까지 힘주어 한 번 해보갔습니다"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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