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녹취록'에 휘청이는 朴정부…'당정청 성한 데가 없네'

靑, 참모 의혹 논란

政, 정책 설득 실패黨, 녹취록 파문에 계파 싸움 점입가경[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집권 4년차 중반을 넘긴 박근혜 정부의 국정추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으로 국정과제를 밀어붙이기가 만만찮은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 참모를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정권말 권력 누수현상(레임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박 대통령의 국정동력 3대 엔진인 청와대, 정부, 여당이 모두 위기에 빠졌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잇단 의혹에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당혹스런 모습이다. 직전에는 현 새누리당 의원인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세월호 보도 관련 KBS외압 의혹도 있었다.정부 차원에서는 어설픈 정책이 국론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지역 민심이 뒤틀린데 이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 과정에서도 문제를 키워 지역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행정부의 총책임자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에서 물병세례를 받고 오도가도 못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제기구 실무경험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행장의 돌연 휴직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정부의 무능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여당인 새누리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형국을 보이면서 과반수를 넘긴 19대 때보다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다음달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당은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로 나뉘어 내부 분열중이다. 여기에 대통령 측근임을 자임하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연이은 총선공천 개입 논란은 가뜩이나 어려운 당 사정을 부채질하고 있다.국정추동력 약화는 이미 지난 4월 총선 직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천파동에 여소야대 형국이 되면서 정책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국회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갔다. 국회의장도 12년만에 야당이 맡았다.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뚝 떨어졌다. 특히 영남권 신공항과 사드 도입 논란 이후 텃밭인 영남지역의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주간집계(11∼15일, 2526명, 응답률 10.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포인트)에 따르면 대구경북(TK)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1.4%에 그쳤다. 50%를 웃돌았던 지지율이 대형 악재에 휘청였다.특히 박 대통령 취임 후 TK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것은 모두 일곱 차례인데, 이 가운데 여섯 번이 20대 총선 이후 집중됐다. 국정을 끌고나갈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단 얘기다.관심은 '레임덕' 얘기까지 나오는 박 대통령이 임기까지 남은 1년 6개월 기간 동안 국정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에 쏠려 있다. 여권은 최근 고위 당정청회의를 통해 규제개혁, 노동개혁4법 등을 이번 정기국회 이전에 통과시키겠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청와대는 최근 발생한 잇단 악재에도 국정과제 추진에는 변함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참모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들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한 것"이라며 "8월에 마무리지어야 홀가분하게 정기국회를 맞이할 수 있고 그 다음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 수석, 현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정과제를 끌어가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국정과제를 청와대 계획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여당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포기한 상태다. 비박계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청와대가 주도해 국정을 이끌어가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회 사정이 만만치 않아 과제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추가경정예산 처리, 여야간 쟁점 등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언급한 것이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 이슈가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하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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